▲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영결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헌화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삼성 백혈병 환자와 마지막 유서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고 노회찬 의원은 사망일인 7월23일 오전 9시30분 정의당 상무위원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는 참석 대신 서면으로 마지막 발언 내용을 전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서면에는 삼성 백혈병 사망 노동자 조정합의 관련 “삼성전자 등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및 각종 질환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조정합의가 이뤄졌다”며 “그동안 이 사안을 사회적으로 공감시키고 그 해결을 앞장서 이끌어온 단체 ‘반올림’과 수 많은 분들게 감사 말씀 드린다”고 적었다. 이는 생전 그가 남긴 마자막 말이 됐다.

고 노회찬 의원과 삼성과의 악연은 2004년 민주노동당 초선이 되면서부터다. 고 노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삼성에 화살을 겨눴다. 

국회의원 임기초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는 “삼성의 잘못된 경영형태가 공공의 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 

급기야 2005년 8월에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폭로했다. 이후에도 삼성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2007년 한겨울 청와대 앞 ‘나홀로’ 시위

2007년 2월8일 겨울비 내리는 날 고 노 의원은 ‘삼성그룹 해고 노동자 엠네스티 양심수 김성환을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삼성그룹이라는 거대 공룡에 맞서 노조 설립을 주도하는 등 20년 넘게 싸워온 삼성 일반노조 위원장 김성환씨를 위해서였다. 당시 삼성의 노조 파괴에 맞서 싸우던 김 위원장은 명예훼손 등으로 구속돼 2005년 12월 실형을 선고 받고 투옥 생활을 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은 2007년 2월5일 국제 엠네스티에 의해 양심수로 선정됐다. 당시 민노당 국회의원이던 고 노 의원은 법무부에 특별사면과 복권 절차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고 노 의원은 “삼성 그룹은 그동안 노동자에 대한 반인권적 행태를 반성하고 자유로운 노조 결성을 보장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인 배경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013년 떡값 검사 실명공개 의원직 상실

2005년 삼성 떡값 검사를 실명으로 공개한 이후 시작된 법정 다툼은 2013년 고 노 의원의 의원직이 상실되는 계기가 됐다. 대법원에서는 이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해 2013년 2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이 확정됐다. 

선고뒤 그는 이렇게 말했다.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의 유죄 확정은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이다.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

투신 자살과 삼성 마지막 메시지

고 노 의원은 초선시절부터 강조했던 ‘삼성의 잘못된 경영행태’는 이건희 회장 이후 이재용부회장 경영시대에 와서 최순실 게이트를 만나 이 부회장이 구속 기소라는 초유의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고 노 의원은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후 2016년 3월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4000만원을 받은 데 대한 책임으로 2018년 7월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 노 의원이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던진 메시지는 역시 삼성 백혈병 문제였다. 그는 “누가 봐도 산재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안을 10여년이나 끌게 만들도록 용인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고인이 되면서 남긴 말은 삼성의 과제로 남았다. 이에 대해 삼성은 답하는 게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응답하라~ 2018 삼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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