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잠깐 부각된 후 여야 정치 공방 속에 사라져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의원들이 법안 발의한다고 뭐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나 되겠어요"

4살 여자아이를 둔 서울 동대문에 사는 이모씨(37)는 폭염 속 4살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방치돼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국회가 관련 법안 발의를 잇달아 낸 소식에 자조 섞인 이야기를 내놓았다.

대형 사건이나 대형 이슈가 터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 발의할 때만 해도 사회적 관심을 갖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그로 인해 결국 잊혀지고 폐기되는 법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본회의에 처리되지 않고 낮잠을 자고 있는 계류 법안은 지난 5일을 기점으로 1만건을 넘겼다.

상임위 별로는 행정안전위가 1314건으로 가장 많았고, 보건복지위 974건, 법제사법위 934건, 환경노동위 92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 이슈와 사고 및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의원들은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19대에 비해 20대 낮잠 자는 법안 많아

19대 국회에선 임기 종료를 앞두고 계류 법안이 1만 건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낮잠 국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다수당으로 재편되면서 낮잠을 자는 법안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라는 양당 구도였다면 20대 국회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당 구도이다.

그러다보니 각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법안 처리가 다르기 때문에 법안이 발의가 돼도 상임위 등에서 낮잠을 자게 된다.

이는 법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야 갈등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이 21일 통학버스 운행시 어린이나 영유아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장치를 의무 설치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누가 보아도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지만 통과 여부는 쉽게 예단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관련 상임위가 제대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 힘든 국회 시스템에서 이런 필요한 법안의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여야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파행이 거듭되면서 정작 서민들이 필요한 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

한 보좌관은 "정치적 사안에 따라 상임위가 파행을 거듭하게 되는 것은 다반사다. 그러다보니 서민들이 필요한 법안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그것으로 인해 낮잠을 자는 경우가 다반사다"고 언급했다.

법사위 난관 통과도 해야

다행스럽게 상임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법사위도 정치적 사안에 따라 여야 갈등을 보이고 그로 인해 서민이 필요한 법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19대에 비해 20대가 낮잠 자는 법안이 많은 이유는 상임위가 파행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사위도 파행이 되기 때문에 통과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시국회가 열려도 제대로 활동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6월 임시국회는 1차례 본회의도 열리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서민들이 필요한 법안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서민들 입장에서는 대형 이슈가 터질 때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다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다. 발의를 해도 어차피 통과도 되지 않고 낮잠만 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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