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국회 통제, 자유한국당 의원 불참으로 부결 계획까지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계엄령 문건'의 세부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에서 취합된 '계엄령 문건'을 19일 제출받아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날 일부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도형 기자]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계엄령 문건’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국군기무사령부가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다고 알려왔지만 그 세부 문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단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이 기각으로 나오게 되고, 소요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중무장 부대를 서울 광화문이나 여의도 등에 배치를 해서 언론과 국민을 통제한다는 수준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이날 청와대는 세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그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세부문건은 계엄 문건 작성이 단순히 개략적인 내용의 작성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담긴 것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4가지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67페이지)으로 작성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가지 제목으로 돼 있다. 세부적으로는 21개 항목에 67페이지로 구성돼 있다.

‘계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보안 유지 하에 신속한 선포’ ‘계엄군의 주요 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 관건’이라고 돼 있다.

이는 통상 계엄매뉴얼과 다르다. 김 대변인은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요소와 검토결과가 포함돼 있다”고 언급, 일반 계엄매뉴얼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철희 의원이 공개한 내용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된 후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기계화부대 등이 국회와 언론을 장악한다는 내용인데 김의겸 대변인이 공개한 내용은 그 실행계획이 구체화됐다.

중요시설 494개소와 집회예상지역 2개소(광화문·여의도) 등에 대해서는 기계화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수행군을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시민들이 대규모로 모여 집회를 열 가능성이 있는 광화문과 여의도에는 야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해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언론 출판 및 보도통제를 위해 각 언론사에 파견될 계엄사령부 요원을 기관별로 배치하는 계획도 담겨 있다.

김 대변인은 “인터넷 포털 및 SNS상 유언비어 통제방안도 담겨 있었고, 국회 대책도 마련돼 있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계엄이 선포될 경우 국회는 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회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20대 여소야대 국회 상황(탄핵 당시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을 고려해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당정협의를 통해 자유한국당 의원이 참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하는 계엄실무편람과는 다르다

문제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하는 계엄실무편람과는 완전히 상이하다는 점이다.

합참은 2년마다 계엄실무편람을 작성하는데 이는 합참의 기능과 역할 중에는 계엄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합참 조직에는 계엄과가 있고 이 계엄과에서 계엄실무편람을 작성한다. 계엄실무편람은 계엄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기무사 계엄 문건은 그 실행계획이 너무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계엄실무편람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에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직무 관련 범위를 좀 벗어나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즉, 합참 계엄과에서 해야 할 업무를 기무사가 작성했다는 것 자체가 직무를 벗어난 것이고, 그 구체적 실행계획 때문에 문제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도대체 누가 왜 작성했고, 실제로 실행하려고 했는가

이에 누가 왜 작성을 했으며 실제로 실행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자신이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전 사령관이 단독으로 문건 작성을 지시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휴전선을 지키는 전방부대를 서울을 포함해 후방으로 이동하는 계획은 윗선의 명령과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 특성상 100퍼센트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친위 쿠데타 문건이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서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문건의 존재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다. 특수단은 문서 작성 경위와 파기, 증거인멸과정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군인이 자신이 단독으로 문건 작성을 지시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무사령관의 직속 상관은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탄핵 재판 중이어서 직무가 정지됐다고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나 황 전 총리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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