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소상공인 결제시스템 손대...신용카드사 반발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지난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간편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를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정부와 여당이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히면서 공익(公益)이 사익(私益)을 침범한다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연간 40조원 규모로 그동안 업계에서는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갑작스럽게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어 이른바 ‘제로페이’를 연내 사용화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했던 업계로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정부와 여당이 ‘공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익’을 침범하는 사례라는 비판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론회까지 준비한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소상공인 간편결제 시스템인 이른바 ‘제로페이’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연내 상용화를 목적으로 제로페이 시스템을 점검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경제 활성화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카드 수수료가 없는 모바일 간편결제 제로페이를 연말까지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제로페이 추진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했기 때문에 전국단위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대구·경북 그리고 제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가져갔다. 이는 광역단체별로 간편결제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서울페이’ ‘경남페이’ ‘인천페이’ 등을 준비하던 광역단체장으로서는 전국단위의 결제시스템을 만든다면 지역단위 결제시스템을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인상되면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상당히 거세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결제시스템을 만들어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들게 된다면 그 반발이 누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설치하고 일정금액 충전하면 사용 가능

정부와 여당이 구상하는 간편결제 시스템인 ‘제로페이’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바코드 등을 통해 결재하는 방식이다.

카드사와 카드 결제 단말기를 관리하는 밴(VAN)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

게다가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사업자에게는 결제 수수료를 0%로 하는 제로페이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티머니 혹은 캐시비와 그 개념이 비슷하다. 하지만 티머니 혹은 캐시비는 주로 교통카드 용도에 결제시스템 기능을 집어넣은 것이라면 ‘제로페이’는 결제기능이 주력 기능이다.

공익이 사익 침범한 상황

티머니 혹은 캐시비는 교통카드 기능이 주요 기능이기 때문에 공익이 사익을 침범한다는 논란에서 피해갔지만 ‘제로페이’는 결제 기능이 주력 기능이기 때문에 기존에 간편결제 사업을 준비해왔던 민간기업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다.

민간기업으로서는 공익이 사익을 침범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하다.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민간기업은 결제시스템 사업에 뛰어들고 이미 상용화단계를 거친 상태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제로페이’를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들 기업은 그야말로 정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민간영역까지 침범하려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민간과 정부가 경쟁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볼멘 소리를 내놓았다.

소비자에게 돌아갈 혜택 마련 필요

더욱이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이 아닌 소비자가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소비자가 외면하면 ‘제로페이’는 성공하지 못하고 사장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비자에게 돌아갈 포인트 적립 등 혜택 마련이 필요하다. 만약 민간 결제시스템보다 혜택이 적거나 하게 되면 소비자는 외면하게 되면서 사장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혈세 낭비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각종 제휴·할인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간 간편결제 서비스는 각종 제휴·할인 등이 가능하지만 ‘제로페이’가 보여줄 수 있는 제휴 및 할인 서비스가 어느 정도될지는 아직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신용카드사, 결국 대부업으로 전락

가장 큰 문제는 신용카드사이다. 정부와 여당이 제로페이를 올해 안에 상용화를 한다면 신용카드사는 폐업 위기에 내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용카드사가 결국 대부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신용카드사의 영업은 ‘신용카드 사용 수수료’와 ‘금융업’이다. 그런데 제로페이가 등장하게 된다면 신용카드 사용 수수료에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신용카드사가 살아남기 위해 금융업을 더욱 치중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신용카드사가 대부업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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