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폭탄 맞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에 1시간 40분 에어컨 틀어야

▲ 연일 이어진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지역본부 계통운영센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일 이어진 무더위로 전날 최대전력수요는 작년 여름의 최고치를 넘어섰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연이어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 이른바 열돔현상으로 열기가 한반도 상공에 갇히면서 더욱 더워지게 만들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씨(40)는 요즘 걱정이 하나 늘었다. 그것은 바로 전기요금이다. 폭염에 열대야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에어컨을 하루종일 틀 수밖에 없다.

김씨는 “에어컨 전기요금 걱정에 잠깐이라도 끄면 곧바로 더워진다. 그러니 에어컨을 계속 가동시켜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무더위를 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무더위가 한 달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김씨의 걱정은 더욱 늘어난다.

나흘 이상 지속된 폭염, 앞으로도 한달 더 지속

지난 12일부터 전국으로 폭염경보가 확산됐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 40여일간 폭염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반도가 찜통더위를 보이는 이유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티배트 고원에서 데워진 공기가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에 실려서 한반도를 덮쳤다.

이 공기가 한반도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체되면서 열돔현상을 만들었고, 계속 따뜻한 공기는 지표면으로부터 데워지면서 기온을 상승시키고 있다. 기상청은 조만간 새벽에도 30도가 넘는 초열대야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폭염에 열대야 이어지면서 전력사용량은 역대 최고치 경신

폭염에 열대야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력사용량이 여름철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4시 35분 기준 전력사용량은 8658만㎾까지 치솟아 이전 여름철 최고치였던 2016년 8월 12일 8518만㎾를 넘어섰다.

예비력과 전력예비율이 각각 918만㎾, 10.6%까지 떨어졌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파동이 있었던 2016년 8월 12일(예비력 721만㎾·전력예비율 8.5%)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전력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전력수급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무더위가 20일 이상 지속되면 전력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냉방용품 중 에어컨 매출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전력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롯데하이마트에서 최근 7일간(10~16일)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은 직전 주(3~9일) 보다 135% 증가했다. 에어컨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전력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하지만 현실은

앞서 김씨처럼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전기요금 폭탄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누진제가 일부 개편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가정용 전기요금은 서민들에게는 상당히 부담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기존 6단계 11.7배에서 3단계 3배로 개정했다.

3개 구간은 200㎾h 이하, 201~400㎾h, 400㎾h 초과 등으로 구분됐고, 한 달 전력량이 200㎾h 이하일 경우에는 기본요금 910원을 적용토록 했다. 또 ㎾마다 93.3원씩 요금이 추가된다.

또 201~400㎾h 구간일 경우에는 기본요금 1천600원에 ㎾ 당 187.9원이, 400㎾h 초과 구간에서는 기본요금 7천300원에 ㎾ 당 280.6원씩 요금이 올라간다.

만약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4인 가족이 월 평균 350㎾h를 사용할 경우 한 달에 50시간 이내, 하루 1시간 40분 이내로 에어컨을 틀어야 요금 폭탄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하루 1시간 40분 동안 에어컨을 튼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 걱정도 부러운 빈곤가구

하지만 전기요금 폭탄 걱정도 부러운 곳이 있다. 바로 빈곤가구이다. 쪽방촌 등에서 사는 취약계층은 전기요금이 겁나기 때문에 선풍기조차 틀지 못하고 폭염을 인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깥공기 온도가 30도라면 쪽방촌 안의 온도는 35~40도를 육박한다. 왜냐하면 공기가 순환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체온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빈곤층 가정은 선풍기조차 틀기 겁나기 때문에 선풍기도 틀지 못하고, 공기가 순환되지 못하면서 악순환은 더욱 거듭되고 있다.

지자체 혹은 봉사단체에서 얼음생수병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도 30분 정도면 모두 녹아없어질 정도로 살인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기요금 폭탄 걱정이 부러운 이들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봉사단체 등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니 태양광발전기 등을 달아서 에어컨 전기로 사용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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