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일대 각성 촉구” 발언한 사연은

▲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세종-서울 간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낙연 총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8일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모든 직장인들, 특히 관리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요즘 우리는 유명 대기업 내부의 이상한 행태를 접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가 지목한 유명 대기업은 아시아나항공으로 추정된다.

이 총리는 “최고경영자가 그렇게 하신다면, 그 아래에서도 비슷한 일이 연달아 자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일대각성을 촉구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리는 “우리 사회는 타인의 인격과 명예에 놀랍도록 둔감하다”면서 “사람들은 빠르게 고학력화, 고소득화, 고령화하는데 타인의 인격과 명예를 거칠게 대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유가 어디에 있든지, 이런 상태로는 우리가 선진사회로 갈 수 없다”고 언급,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이어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이제는 직장내 괴롭힘을 참지 않고 고발하는 시대가 됐다”면서 “특히 젊은 세대는 자신의 인격이나 명예를 상사가 부당하게 훼손하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언급,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미투운동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상사들의 의식은 젊은 세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런 직장은 이제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심각한 직장내 괴롭힘

실제로 직장내 괴롭힘을 살펴보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직장내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괴롭힘 행위자는 상급자가 42%로 가장 많았다. ‘임원 또는 경영진’이 35.6%로 뒤를 이었고 동료직원과 하급자 비율은 각각 15.7%, 4.7%에 불과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직장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방안’에 따르면 5년간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66.3%에 달했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명예훼손·모욕 등 정신적 공격이 24.7%,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이 20.8%로 가장 많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KRIVET Issue Brief’ 제151호 ‘직장 괴롭힘의 피해 실태: 건강과 정서’에 따르면 근로자의 8%가 자살 충동을 느꼈고, 8.4%는 가해자 상해 욕구를 느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직장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직장내 괴롭힘에 가해자는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다.

직장내 괴롭힘, 관련 법규는 낮잠

피해자는 기댈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특별한 대처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60.3%에 달했고, 직장 내부 조직에 상담하거나(5.3%) 외부 민간기관에 상담을 요청한 경우(2.5%)로 나타났다.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싶지만 하소연할 곳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총리가 직장내 괴롭힘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욱이 관련 법규는 낮잠을 자고 있다. 현행법상에서 성인들 간 이뤄지는 ‘괴롭힘’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근로자를 폭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작업환경을 두도록 하고 있고, 직장내 성희롱에 대해서는 남녀고용평등법 등으로 제한하고 있고, 장애인 차별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직장내 괴롭힘에 대해서 명확한 규정이 있는 법규는 현재로서 없다. 이에 지난 19대 국회 때에도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이인영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괴롭힘 방지·피해자 유급휴직 조치·가해자 징계 등을 담은 제정안을 최초로 발의했고, 강병원 더불어민주당도 특별법을 제정해서 발의를 했다.

하지만 발의만 됐을 뿐이지 아직까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직장내 괴롭힘의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직장내 괴롭힘이 어떤 것인지 명확한 기준조차 마련하는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