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YTN 뉴스 영상 캡쳐

[뉴스워치] 제주도에 발을 디딘 예멘 난민들 문제에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려 있다. 입국은 물론이고 국내 난민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혀 다른 문화권, 고국을 떠나 온 절박한 이들로 인해 그간 지켜 온 우리의 평화, 그리고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이미 난민들끼리의 폭행, 마약 소지 등 우려를 키우는 사건도 벌어진 상태다. 난민법 독소조항을 악용하는 허위 난민들 입국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꼽힌다.

이 가운데 각계 각층은 들썩이고 있다. 지난 12일,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무려 70만명이 넘는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최대 참여율이다. 같은 날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은 난민법 폐지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보호받아야 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여당은 침묵으로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살피고 있고 야당은 예멘 난민 문제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국이란 국가의 국제적 위치와 협약 체계, 국민들의 국내 정서 등이 복잡하게 엉킨 민감한 문제이기에 그 누구도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촌철살인과 거침없는 발언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유시민 작가도 예멘 난민 문제에만큼은 말을 아꼈다. 유 작가는 JTBC ‘썰전’ 마지막 출연분에서 예멘 난민들에 대해 “도덕적 딜레마를 느낀다.

난민의 숫자가 많아져서 우리 삶의 터전에 균열이 갈 거라 불안을 느끼면 이타적인 생각을 덜하게 된다”면서 “예멘 난민들이 들어오면서 도덕적인 딜레마가 현실의 문제가 됐다. 예멘은 이슬람 문화권이라 언어, 외모, 문화가 달라 마음이 불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복잡한 문제는 당장 우리의 현실이 됐다. 이 때문에 여론이 뜻을 모으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일각에서 예멘 난민 문제로 인해 난민들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를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자칫 ‘무조건’이라는 전제에 매몰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비인간적’에 가깝다.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수용의 문제는 복합적인 요소를 따지고 전망하고 우려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있는 난민들까지 배척하고 외면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4월 발간된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는 콩고민주공화국 난민 출신인 미셸이 자신의 경험을 재구성해 담은 그림책이다. 국내에선 초등학생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내용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실화가 빼곡히 담겼다.

1988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태어난 미셸은 다섯 살 되던 해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 정체 모를 이들에게 납치당한다.

이들은 미셸에게 총 쏘는 법, 사람을 협박하는 법을 가르치며 전쟁에 끌고 다닌다. 미셸과 친구들을 납치한 건 콩고민주공화국의 반란군들. 약 100여 년 동안 벨기에 식민 통치를 받다 독립을 맞이한 이 나라는 전쟁과 갈등이 계속됐다.

반란군들이 어린이들을 납치해 병사로 교육한 뒤 전쟁에 데리고 다닌 이유는 평범한 어른 군인들이 어린이를 상대로 싸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었다. 미셸은, 그리고 어린이 병사들을 총알받이였다.

미셸은 반란군들이 강제로 마약을 주고 총을 쏘게 하는 등 무자비한 가혹행위를 했다고 폭로한다. 그는 반란군 지시로 형제처럼 지냈던 친구를 총으로 살해하기까지 한다. 미셸은 다행히도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지만 일상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정치적 혼란 속에 난민이 되어 캐나다로 이주했다.

성인이 된 후 자신이 겪은 일들을 연설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 좀 더 좋은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미셸의 이 그림책은 비단 어린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이 읽었을 때 더 와닿는 책이다. 오늘 점심 식사 메뉴를 고민하고,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그렇고 그런 하루를 보낸 이들 세상 반대편에는 처절한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무엇보다 그들이 아이들이라면 그 실상은 더욱 참혹할 수밖에 없다. 미셸이 겪은 ‘어린이 병사’는 여전히, 생각보다 많은 곳에 존재한다. 실제 18세 이하 소년 소녀들 25만 여 명이 세계 곳곳에서 총을 들고, 성폭력을 당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오늘 내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 조르는 그 시각 장난감 대신 총을 들고 죽음의 문턱 앞에 선 아이가 있는 현실이다.

미셸은 아버지와 약속했다면서 자신의 숙원을 밝혔다. 다른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함으로써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것, 그 변화를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또한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쳐 갈 미래의 주인공인 너에게”라는 메시지를 전해두고 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 힘들게 살았으니, 각국은 유입 난민들을 받아달라고 이런 책을 썼을까? 아닐 것이다.

세상 한편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고, 더 많은 이들이 이 현실을 알게 돼 해결과 개선에 나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을 것이라 확신한다.

더욱이 그가 굳이 초등생 눈높이에서 그림책으로 삶을 이야기한 데에는 세계를 선도해나갈 아이들이 타인의 고통에 무지하거나 무관심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세계를 무대로 한 미래의 주인공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다.

그리고 강제로 총을 쥐게 된 아이를 구해야 하는 건 그 나라 어른만의 의무가 아닌 이 세상의 어른들이다.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들을 무조건 수용하고 포용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만약 그들이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국민들의 생활, 경제, 안전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면 70만명이 아닌 그 누구라도 들고 일어설 것은 자명한 일이다.

다만 난민 수용 여부를 떠나 세계의 난민 문제는 관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세계 곳곳의 국가들이 난민을 적극 환영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하고, 전면 금지 정책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 국가와 국민들이 난민정책의 노선에 따라 난민문제를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과 인정을 별개로 둔 행보를 보이는 국가도 다수다.

자국의 명운을 가를 수도 있는 난민정책은 신중해야 한다. 반면 난민들의 상황에 관심을 갖는 것은 명분과 합리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지난 2015년 터키 휴양지 보드럼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은 전세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바 있다.

CNN은 그 사진에 ‘인류애는 어디에 있는가?’(Where is the humanity?)라는 제목을 달았다. 뼈아픈 말이다. 그 작은 아이의 모습은 아직도 이 지구상의 현실이다. ‘전쟁에 끌려간 어린이 병사’ 속 주인공이자 작가인 미셸도 그 현실을 말하고 있다.

문서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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