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수직적 문화가 낳은 참극, 아시아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

▲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제2차 문화제'에서 직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형적인 회장님 사랑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삼구 회장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속속 세상에 알려지면서 과연 우리가 21세기를 살고 있는 것이 맞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여승무원들의 박 회장 찬양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 영상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또한 출산을 한 여승무원들이 업무에 복귀를 하게 되면 박 회장에게 감사 편지를 써야 하고, 천마리의 종이학을 접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댓글들에서는 “북한의 기쁨조와 다를 바가 무엇이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흡사 사이비종교 행사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자발적 행사라고 주장했지만 직원들은 강요에 의한 행사였다고 항변하고 있다.

직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상급직원들이 강요를 했다고 한다. 옛날로 이야기하면 ‘마름’인 중간관리자의 문제라고 판단된다. ‘마름’이 지주(地主)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소작농들을 괴롭혔고, 소작농 입장에서는 지주보다 마름이 더 밉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마름의 권한은 막강했다. 그런 마름이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중간관리자가 됐다.

상급직원인 중간관리자는 박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런 이벤트를 강요한 것으로 짐작된다. 박 회장은 이런 이벤트가 강요가 아닌 자발적이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박 회장은 이런 식의 이벤트를 근절했었어야 했다.

문제는 비단 아시아나항공만의 문제일까라는 의문점이 든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아직도 수직적 구조 특히 회장님을 위한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해마다 조직 혁신을 한다면서 ‘XXX 과장님’ 등 직책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XXX님’ 등으로 부른다는 식의 보도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넥타이를 풀거나 청바지를 입는다는 식의 조직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즉, 수직적 문화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조직혁신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회장님을 위한 조직을 바꾸지 않는 이상 아무리 조직혁신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직책을 부르는 대신 XXX님이라고 부른다고 수평적 조직으로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청바지에 흰티를 입는다고 해서 조직은 혁신되는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정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회장님을 위한 구조가 뿌리 깊게 박힌 대기업 집단에서 과연 얼마나 조직 혁신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형적인 모습인 것은 분명하지만 다른 기업들도 엇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신입에게 춤과 율동 등을 강요하고, 여성 직원에게 이른바 ‘기쁨조’ 역할을 하게 하는 등의 조직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아시아나항공의 기형적 모습은 다른 기업에서도 비슷하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대로 분출이 되지 못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이제는 ‘회장님 미투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중간관리자가 회장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 신입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그런 못된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서라도 ‘회장님 미투 운동’은 필요하다.

그것이 회장님을 위한 조직 문화를 근절하는 길이기도 하다. 회장님을 위한 조직 문화를 근절하는 것은 청바지를 입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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