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 사이에서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입영소집에 불응하면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이 위헌인지 여부를 가려달라는 위헌법률심판 6건과 차모씨 등 22명이 같은 취지로 낸 헌법소원사건 22건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쟁점은 종교적 신념 등을 병역거부의 사유로 인정할  것이냐의 여부다. 논란이 된 법규정은 병역법 88조 1항이다. 이 규정에는 현역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기일로부터 3일 지나도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을 중심으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 조항이 헌법상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는 위헌 판결을 내릴 경우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평가받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을 병역기피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고, 병력자원 부족과 안보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헌재는 2004년 8월과 10월, 2011년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모두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우리나라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있고, 제20조에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 헌법 규정을 내걸어 병역법 88조 1항은 위헌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헌재의 판단은 간단하다. 제39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고 돼있다. 또한 2항에는 누구든지 병역의 의무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돼있다.

이런 근거를 들어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사람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병역의무의 의행을 하는데 단지 특정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병역을 회피할 수 있다면 병역을 이행한 사람들 모두 불이익한 처우를 받게 되는 셈이기 때문에 합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종교적 문제로 인해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용납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국교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20조 2항에는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우리나라에는 국교가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벌하지 않으면 ‘여호하의 증인’을 국교로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을 위배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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