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업무중단...하지만 현실은 가능할까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2018년 10월 19일 모 콜센터에 근무하는 김은혜씨(가명·25)는 고객의 폭언을 응대하던 중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센터장에게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센터장은 김은혜씨의 휴식을 보장해줬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몇 개월 후에 벌어지는 이런 장면에서 고객의 폭언을 응대하다 못해 휴식을 선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28일 입법예고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전화상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고객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피해를 입게 될 경우 사업주는 이들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보호를 해야 하며 사업주가 만약 절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최대 1천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지난 3월 국회에서 감정노동자 보호 의무를 신설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감정노동자의 건강장애 발생 우려 생기면 업무 중단

이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는 감정노동자가 건강장애 등이 발생할 우려가 생기면 일시적으로 업무를 중단하거나 전환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콜센터에서는 ‘전화 끊을 권리’ 혹은 ‘긴급피난’ 등을 산발적으로 해왔지만 근로자 개별 판단으로 업무가 중단될 경우 불이익이 우려됐기 때문에 산업체 전반으로 확산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제 정부가 직접 나서면서 사업주는 이제 강제적으로 감정노동자에게 휴식권 및 긴급피난을 부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사업주는 감정노동자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시간을 제공하고, 필요할 경우 치료 및 상담을 지원해야 한다.

만약 피해 노동자가 손해배상 청구 등을 위해 증거자료를 요청하는 경우에는 사업주는 즉각 제출해야 한다.

이 같은 사후조치 의무를 위반할 경우 횟수에 따라 과태료가 차등 부과된다. 1차 위반 시 300만원, 2차는 600만원, 3차 위반 시에는 1천만원이 부과된다.

이번 시행령이 갖는 의미는 그동안 개별 사업장 별로 자율적으로 이뤄진 휴식권 및 긴급피난을 국가가 보장해줬다는 점이다.

그만큼 감정노동자의 업무는 스트레스의 일상이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질병 ‘화병(火病)’ 감정노동자에게도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하고 전체 고용인구 중 70%는 서비스산업 종사자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약 800만명에 이른다.

문제는 그동안 ‘손님은 왕이다’라는 인식 때문에 감정노동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손님 응대에만 기업들은 신경을 써왔다. 그러다 보니 감정노동자들은 이른바 ‘화병(火病)’에 시달리게 됐다.

화병은 ‘울화병(鬱火病)’의 준말로 몸에 화(火)의 기운이 넘치고 분노가 쌓이게 되는 병을 말한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면 불안, 우울, 불면, 두통, 구강건조, 피로, 흉통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화병환자 99만 3417명 중 여성환자가 65만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화상담원이 대부분 여성인 점을 고려하면 감정노동자가 화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이번 시행령을 통해 감정노동자에게도 ‘휴식권’과 ‘긴급피난’을 강제적으로 부여하게 됐다.

전 사업장에서 시행된다고 하지만 비정규직은

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0월 18일부터 전 사업장에 실시된다. 하지만 과연 전 사업장에서 실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유통산업감정노동연구에 따르면 백화점은 79.9%, 면세점은 62.1%가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도 개정안이 시행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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