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의 여신상./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 해외에 숨겨놓은 비자금을 국내로 되찾아오는 정부 합동조사단이 6월 22일 출범했다. 대검 관계자는 “자금세탁과 범죄수익은닉 행위가 날로 국제화·지능화하고, 역외탈세와 재산 국외도피가 심각한 국부 유출로 이어지고 있어서 어느 한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적발과 근절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사단 출범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사단에는 검찰과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금융정보분석원(FIU) 소속 17명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이원석(49·사법연수원 27기)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다. 이 단장은 2016∼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 조사단은 기관 간 협조를 통해 징세·형사처벌·범죄수익환수에 이르는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같은 해외 기관과도 공조한다.

관심사는 조사 대상이다. 눈에 띄는 것은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역외탈세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는 외국환거래법·대외무역법 위반여부다. 일단 대검 관계자는 “재벌, 정치인, 기타 유력자 등 해외로 재산을 도피시킨 누구든 간에 조사해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형이 확정된 사안은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최근 갑질 파문을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우선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꾸려진 만큼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한 기관이 아닌 범정부차원에서 해외에 숨겨둔 검은돈을 상호 협조해 유기적으로 조사한다는 점이다.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 말고 ‘팀플레이’가 잘 될 경우 예상외의 성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도 해본다.

하지만 기대감만큼이나 우려감도 큰 게 사실이다. 일단 조사대상에서 조세피난처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해외 검은돈을 찾겠다고 장담했다. 한 예로 우리은행이 MB정권이 들어선 직후 중국에 소재한 대형 쇼핑센터 화푸빌딩에 3800억을 투자했지만 조선족에 사기를 당하면서 국민혈세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우리은행은 화푸 지분을 팔아 2500억원 가량 회수했다고 최근까지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회수된 건지 나머지 돈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 이때 등장한 지분 매입회사가 매너 인터내셔널로 조세회피처인 버진아이랜드에 소재 돼 있다. 돈은 홍콩계좌에서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세회피처는 금융거래에 익명성이 보장된 데다 페이퍼 컴퍼니의 온상으로 알려진 곳이다. 과연 합조단이 검은돈에 대한 자금 추적이 가능할지 의심을 품는 배경이다.

이뿐만 아니라 KB금융이 1조원의 손실을 남긴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 인수사례도 있다. BCC는 국내 금융사의 해외 인수합병(M&A)에 있어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5위권 은행인 BCC의 지분 41.9%를 9,541억원에 사들이는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BCC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고 강 전 행장은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게 됐다. 결국 KB는 장부가 1,000원을 기재한 뒤 지난해 테세나뱅크에 매각해 완전히 털어냈다. 1조원을 1,000원으로 ‘퉁’ 친 셈이다.

MB의 경우 4대강 관련 43조 투자 중 10조원이 사라져 해외 유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해외 조세회피처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관리하고 있다면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검찰에서도 밝혔듯이 형이 확정돼야 즉 유죄를 받아야 돈을 환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현행법은 검찰이 유죄를 밝혀야 한다. 만약 검찰이 거액의 검은돈을 찾아내고도 불법이 드러나지 않으면 남 좋은 일만 시킬 수 있다. ‘입증전환의 책임’을 범죄인과 하수인에게 주는 외국 사례 준용도 필요하다. 즉 정당하게 돈을 벌었다는 점을 피의자가 밝히지 못할 경우 돈을 국고에 환수시키는 것이다.

이밖에도 검찰과 국세청 모두 공소와 세금을 걷는 데 ‘시효’가 있어 15년 이상 된 검은돈은 찾아도 몰수할 수 없다. 이에 특별법도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칫 국내 일부 재벌 오너의 해외 탈루 의혹이나 숨겨진 재산 정도만 건드리고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되는 이유다.

백운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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