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작은 데다 복잡하기 까지 해”

▲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워치=이소정 기자] “여기 혹시 뭐라고 쓰여 있나요? 손녀가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얼마 전 손녀에게 과자나 음료 등 간식거리를 사주기 위해 마트를 방문했다는 김 모(71) 할머니. 김 할머니는 알레르기 성분을 피하고자 제품 정보를 읽으려 했지만 글씨가 너무 작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물으려 했으나 계속 어디론가 오가는 직원들을 찾아 확인할 수가 없어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내가 노안(老眼)이 오긴 했어도 안경을 끼면 보여야 할 텐데 도통 알아볼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하소연했다.

깨알 같이 적힌 제품 정보, “노인은 읽지 말란 건가”

김씨 할머니처럼 가족 중 누군가, 혹은 나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다면, 가공식품을 살 때 어려움을 겪은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제품 겉면에 식품 성분 등 정보가 표시돼 있긴 하지만 깨알 같은 글씨에 피해야 할 성분들을 파악하기는커녕 읽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은 글씨에 대한 불만은 비교적 높은 연령대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들은 작은 글씨를 지적하며 “볼 수 있고 읽을 수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이라며 일단 적어놓기만 하면 된다는 이런 표기 방식은 수정돼야 한다고 이구동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대부분이 읽기에도 부담스럽고 하나하나 읽어보려 하면 눈이 빠질 것 같아 결국 성분을 따져 보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복잡한 정보 표기...‘보여주기식’이다

이 밖에도 제품 정보 표기 자체가 어려워 읽기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마트 등에서 식품을 구입 할 때마다 매번 제품 정보 표기가 어려워 불편하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글을 통해 ‘인스턴트커피의 경우 브랜드별 봉지당 용량이 0.9g부터 14g까지 다 다른데, 가격 비교 기준이 되는 용량은 10g으로 통일돼 있다’며 ‘과연 이를 활용하라고 써놓은 것인지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거론된 제품을 확인한 결과, 제품의 한 봉지 용량은 12g으로 ‘12g×250개/2만4200원'이라고 쓰여 있었고, 가격표에는 10g 당 81원이라고 설명이 나열 돼있었다. 확실히 이 두 정보를 응용해 가격 비교를 해가며 쇼핑을 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보였다.

이렇듯 제품 관련 정보는 고객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잘 보이는 곳에 쉽게 표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작은 글씨나 복잡한 제품 정보 표기가 난무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제품 크기 등 한계 있어…어쩔 수 없다”

생산자 측에서는 제품 크기가 한정돼 있으며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항목 등이 정해져 있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를 모두 반영하면 글씨는 최소한으로 작아지고, 내용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안일한 결론이다. 제품 정보를 기입하는 이유와 그 대상을 생각한다면 현 표기 상태는 개선돼야만 한다. 제품 정보는 생산자가 읽고 만족하기 위해 적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친절한 표기는 꼭 필요한 제품을 효율적으로 찾고 소비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또한 좋은 시력만을 기준으로 제품 정보를 표기한다면 그 외의 소비자들은 아예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못 하게 된다. 그렇기에 모두가 만족하는 크기의 성분표를 마련하거나 기준을 수정해 알맞은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는데, 제품 크기의 한계로 제품 정보 표기도 제한적이라면, 차라리 제품별로 성분표를 하나씩 크게 뽑아 제품이 진열된 근처에 붙여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렇듯 불만과 개선책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주장되고 있다. 생산자 또는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제품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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