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70살을 ‘고희(古稀)’라고 부른다. 두보(杜甫)가 지은 ‘곡강시(曲江詩)’에 나오는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온 말로서, 사람은 예로부터 70세까지 살기가 드문 일이라는 뜻이다.

국회가 29일 7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를 거치고, 5월 31일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동안 국회는 여러 가지 많은 역사를 안고 70년을 버텨왔다.

하지만 최근 국회 상황을 보면 과연 고희를 맞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전당이다. 어느 시대이건 갈등은 존재해왔고, 그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과거에는 ‘총’과 ‘칼’로 갈등을 해소했고, 우리는 이를 전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갈등을 푸는 방법으로 하나의 장소에 모여 대화와 토론으로 푸는 방법을 택했다. 그것이 의회민주주의다.

의회민주주의는 모든 사람들이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대표를 선출해서 그 주민의 대표가 법안을 만들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지방정부를 감시하면 ‘지방의원’, 중앙정부를 감시하면 ‘국회의원’이라고 불렀다.

그런 국회의원이 모인 곳이 바로 국회다. 그런 국회가 70주년을 맞이했다고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그것은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4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문을 닫아야 했고, 5월 임시국회도 겨우 열렸다. 하지만 하반기 국회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했다.

또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료 의원 2명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면서 국민적 지탄을 받아야 했다.

개헌 문제 역시 문재인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은 부결시키면서도 아직까지 개헌안에 대한 진도를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국민적 공분은 상당히 크다. 이런 국민적 공분을 국회는 아직도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니 국민으로서는 자꾸 의회민주주의를 벗어나 직접민주주의를 갈망하고 있다.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교통이 발달하면서 국민은 정책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하는 욕망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이런 점을 국회가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국회도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 과거에 안주하는 국회가 아니라 새롭게 변화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서 정책으로 만들 수 있는 그런 국회가 돼야 한다.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

고희를 맞이한 국회다. 하지만 국민적 시선은 차갑다는 것을 국회는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 고희연을 성대하게 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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