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대규모 개편 불가피한 상황

▲ 지난해 7월 25일 대법원으로 출근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블랙리스트 작성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지난 25일 블랙리스트 특별조사단이 조사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정치권은 물론 일반 시민들까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5일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한 성향, 동향, 재산관계 등을 파악한 내용의 파일이 조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이 있었음을 밝혔다.

다만 비판적인 법관들에 대해 리스트를 작성해 그들에 대해 조직적, 체계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했음을 인정할만한 자료는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 조사보고서 총평을 통해 재판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자 징계 및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의혹에 관련된 행위자 별로 관여 정도를 정리해 징계청구권자나 인사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라면서도 “형사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직권남용죄 등은 해당 여부가 논란이 있거나 뚜렷한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고법원 독립 vs 사법부 훼손

가장 핵심은 양 전 대법원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한 이유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자신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흥정을 삼았지 않았냐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행정처가 만든 ‘상고법원 관련 BH(청와대) 대응전략’ 문건에는 “발상을 전환해 비서실장, 특보를 설득·활용하는 우회 전략”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구체적인 방법도 존재했다.

이처럼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손을 잡고, 보수 성향 판사를 재판 전면에 내세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행정처, 결국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나

특조단이 블랙리스트 작성을 인정했지만 인사상 불이익 등이나 형사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뜨겁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고발을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즉, 대법원장이 고발을 할 경우 법원은 검찰의 수사에 넘어가게 된다.

이런 가운데 각종 시민단체 등에서 잇달아 양 전 대법원장을 고발했다.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29일 양 전 대법원장 등 15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햇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법원노조)도 오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양 전 대법원장 등 이번 사태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게 되면 법원행정처는 검찰의 손에 넘어가는 수모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바빠진 판사들, 대응책은 과연

양 전 대법원장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각종 고발이 이어지면서 판사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는 내달 4일 ‘현 사태에 관한 입장 표명’을 안건으로 하는 회의를 연다.

서울가정법원도 같은 날 단독 및 배석판사 회의를 열고 논의를 한다. 단독 및 배석판사회의에선 법관들이 이번 조사 결과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친 뒤 내달 11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강력히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역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변협은 29일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과 위헌·위법적인 사법거래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사실에 실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직권남용 혐의 적용 가능할까

양 전 대법원장의 블랙리스트 작성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해도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특조단에서는 ‘형사적 조치를 취할 만한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도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시키기는 힘들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상고법원 제도를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에 협조한 것은 맞지만 정치적 이유로 재판결과까지 훼손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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