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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5.18 그날의 진실, 발포 명령은 누가피해자는 차고 넘치는데 가해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 신군부의 집권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일어선 광주민주화운동이 38주년을 맞이했다. 당시 전남 도청앞 금남로에서 수많은 군중과 버스에 탑승한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 “탕!”

대치 중이던 저격수와 경호원. 경호원은 자신이 지킬 임무를 받은 그 분을 위해 저격수에게 총을 내려놓을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저격수는 평범한 삶을 잃어버린 자신의 부모를 떠올리며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다.

총구가 향한 곳은 단 한 명, ‘그 분’이다.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두가 아는 그 얼굴을 향해 총알은 날아갔을까. 저격수는 회심의 일발을 쏘는 데 성공했을까, 아니면 경호원이 ‘그 분’을 지키는 데 성공한 걸까.

작품은 결말을 알려주지 않고 끝을 맺는다. 지난 2006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인기 작가 강풀의 웹툰 ‘26년’ 마지막 장면이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이제는 38년째가 됐다.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그날로부터의 카운트다. 세월은 지났고 햇수는 쌓였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 38년간 지나온 세월 동안 진실은 바로 보이는 곳에 있으면서도 미스터리와 루머에 휩싸인 채 떠돌고 있다.

지역과 교육의 차이, 이념의 차이로 갈라지곤 하는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다. 주범을 지목하는 이는 많지만 법정에서 선고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여전한 고통 속에 살고 누군가는 여전히 죄값을 지불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혹은 권력구도로 논하기보다 문화 카테고리 안에서만 다뤄도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모순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은 지난 18일, 나남 출판사에서는 ‘광주, 그날의 진실’이라는 책이 출간됐다. ‘광주, 그날의 진실’ 저자인 김형석 통일과역사연구소장은 5·18을 “대한민국 건국 이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사건”이었다고 평가한다. 시민자치가 실현된 닷새간 광주에는 공권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로 인해 5·18에 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고, 의혹이 회자하면서 미스터리가 만들어졌다고 분석한다.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도 계엄군이 시민군에 밀렸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史實)에 기인한다는 주장. 그는 책에서 5·18 관련 미스터리 5개를 뽑아 ‘실증적 역사연구 방법론’으로 하나하나 검증한다.

그 미스터리들은 듣도 보도 못한 대중이 태반일 정도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전남도청 지하실에 있던 8t 분량 폭약을 누가 설치했는가’다.

저자는 지역 일간지 기사와 법원 판결문을 분석해 5월 21일 김영봉 씨를 비롯한 13명이 화순광업소에서 폭약을 유출해 다음 날 광주로 옮겼다고 결론 짓는다. 또 1988년 국회 청문회에서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광주교도소 습격 사건도 언급된다.

국방부가 1985년 무장한 폭도들이 장갑차와 화기를 동원해 교도소 주변에서 접전을 벌였다고 발표한 데 대해 저자는 “시위대가 봉기를 전남 일원으로 확산하기 위해 교도소 부근 동광주IC로 달려갔고, 교도소를 방어하던 군대가 이를 습격으로 오인하고 무리한 총격을 가해 항의성 무력시위가 벌어졌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다른 세 가지 미스터리인 20사단장 지휘차량 탈취 사건, 아시아자동차공장 차량 탈취 사건, 전라남도 38개 무기고 탈취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군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특히 그는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퍼진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왔다는 주장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5·18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건 표면에 드러난 폭력 행위보다는 그 속에 감춰진 사랑과 평화의 정신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면의 폭력행위가 아닌 사랑과 평화의 정신…. 38년이 흘러서도 비좁은 땅 어느 누구에겐 빨갱이, 역도라는 소리를 듣는 피해자들의 억울함은 물론이고, 어쩔 수 없이 가해자가 되고 만 또 다른 피해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말이다.

실제 문학작품들 중에는 드러난 피해자 뿐 아니라 감춰진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조명하는 경우가 많다. 한승원의 소설 ‘어둠꽃’에서도 공수부대원 출신 남자가 나온다.

그는 제대 후 광주의 경험을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짓밟힐 것 같은 불안감 때문. ‘죽어도 내가 이 도회를 얼룩무늬 옷 입고 들어온 일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아야만 한다. 내가 왜 발설을 해? 나 죽으려고 발설을 해?’라는 생각만 되뇌이며 산다.

그런가 하면 이순원의 소설 ‘얼굴’에 나오는 공수부대원 출신 은행원은 사랑하는 여자의 오빠가 1980년 광주에서 죽었다는 말을 듣고 “난 광주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피해자는 차고 넘치는데 가해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38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렇다. 아니, 그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문화적으로도 5·18 민주화운동은 순탄하게 다뤄지지 못했다. 책에 비해 대중에 영향력이 큰 영화의 경우는 더하다.

영화 ‘택시 운전사’ 전 영화 ‘화려한 휴가’ ‘26년’ ‘꽃잎’이 있었다. 모두 제작 과정에서거나 혹은 개봉 후 논란에 휩싸였다.

일례로 ‘화려한 휴가’는 개봉 후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온라인상에서 비난을 퍼부었다. 급기야 ‘화려한 휴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던 웹툰 ‘26년’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는 제작단계에서 수없이 무너졌다.

청어람에서 이 만화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 이해영 감독이 ‘29년’이라는 가제로 시나리오작업을 진행, 캐스팅을 마쳤지만 크랭크인 직전 프로젝트가 무산됐다. 무산된 배경에는 “외압이 있었다고 본다”는 제작사 대표의 인터뷰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2012년 4월, 11월 개봉을 목표로 다시 영화 제작이 추진됐고 진구 한혜진 이경영 등이 캐스팅됐다. 투자자가 없어 크라우딩 펀딩이 도입됐고, 크라우딩 펀딩이 합법적 절차로 인정받으면서 수차례 무산됐던 영화 ‘26년’은 결국 시민들의 힘으로 탄생했다. 일반시민들로부터 후원받은 금액이 7억원에 달했다.

이렇듯 5·18 민주화운동은 문화 속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 오히려 뜨거운 논란을 이어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사태(5·18 광주민주화운동)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포함한 회고록 속 내용들에 대해 지난해 10월, 법원은 5·18을 왜곡했다며 출판과 배포 금지 판결을 내렸다. 그

러자 전 전 대통령 측은 삭제를 명령한 부분만 검게 가린 뒤 회고록을 다시 내놓았다. 이에 5월 단체들은 재출간된 회고록에도 여전히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광주지법 민사23부(김승휘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5월 단체들이 제기한 무장시위대에 의한 강도 사건 등 40곳 중 36곳을 허위사실로 판단하고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만약 전 전 대통령 측이 이를 삭제하지 않고 출판하면 1회당 5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골치 아픈 영역을 떠나 문화 분야에서만 들여다봐도 5·18 민주화운동의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38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다. 애초 논란일 수 없었고, 논란일 이유도 없었던 논란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기자는 처음 5·18 민주화운동 기념관을 찾았을 때 구토했다. 끔찍한 참상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친구에게 내가 아는 5·18 민주화운동을 설명했다가 “소설 쓴다”는 황당한 말을 듣기도 했다. 아예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1’도 모르는 이도 만나봤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묻고 싶어한다. 진실을 규명하고 싶어한다. 강풀의 웹툰 ‘26년’이 열린 결말로 끝맺었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른다. 누군가 시원하게, 낱낱이 진실을 까발려 주기를 바라는 마음. 더 나아가, 그로 인해 단죄가 이뤄지길 바라는 이들도 있으리라.

오는 2020년은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쌓인 세월에 부끄럽지 않을 결말이 맺어지길 바라본다.

문서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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