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제품 대형마트 매장별로 제각각…소비자들 큰 혼선

▲ 모 대형마트 매장 안 행사 상품 진열대에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소정 기자)

[뉴스워치=이소정 기자] “분명 같은 제품인데 가격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가격표를 잘못 붙인 줄 알았어요.”

지난 16일 주부 유(53)모씨는 회사 근처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려던 제품이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는 2400원인데 회사 근처 대형마트에서는 3900원으로 1500원이나 더 비싸 당황했다. 할인 쿠폰을 이용해 200원을 덜 주었지만 그래도 1300원 더 준 셈이었다.

가격 차이가 나던 두 제품은 동일한 제품이었다. 유씨는 직원에게 이 가격이 맞느냐고 재차 묻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또한 욕실 용품 중 하나는 가격 할인에 덤 행사까지 하던 상품인데, 방문한 마트에서는 아무런 행사를 하지 않아 유씨는 늦더라도 원래 가던 마트를 다시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대형마트마다 같은 생필품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로 다른 탓에 소비자들은 알뜰한 소비에 혼선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마다 가격이 다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가격 차이를 두고 대형마트의 갑(甲)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모 대형마트 매장의 상품 진열대에 가공식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소정 기자)

같은 지역 두 대형 업체, 다른 가격

본지는 지난 17일~18일 이틀간 서울 영등포구에 소재한 대형마트 두 곳의 다양한 제품군 가운데 특정 제품 가격을 취재한 결과, 전체적으로 두 마트는 같은 제품을 두고 이벤트와 가격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는 같은 제품임에도 한 마트는 할인하고, 다른 마트는 할인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할인 및 쿠폰을 제시했음에도 아무 행사를 하지 않는 마트보다 비싼 제품도 발견됐다.

ㄴ 납품업체 컵라면의 경우, B 대형마트에서는 개당 일정 금액으로 할인했으며 일정 개수를 사면 증정품을 줬다. 반면 A 대형마트에서는 행사 제품 모두 B 대형마트보다 10원 적은 금액으로 판매하는 대신 증정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할인 및 쿠폰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상가로 파는 업체보다 비싼 경우도 확인됐다. 또 다른 ㄷ 납품업체 제품은 B 대형마트에서는 할인하지 않았고 A 대형마트에서는 할인 쿠폰을 끼워줬다. 하지만 쿠폰을 제공했음에도 A 대형마트의 가격이 B 대형마트보다 약 1400원 비쌌다. 이마저도 쿠폰이 다 떨어지면 더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는 상황이었다.

또한 같은 제품을 두고 한 쪽은 할인을 하고 다른 한쪽은 할인을 안 하는 경우도 있었다. ㄱ 납품업체의 생활용품의 경우 B 대형마트에서는 가격 행사와 덤 행사를 동시에 적용해 진행했다. 하지만 A 대형마트에서는 1000원 더 비쌌으며 덤도 주지 않았다.

▲ 모 대형마트 매장 내 식품 코너 전경. (사진=이소정 기자)

입장 차이가 나는 납품업체 vs 대형마트

이렇듯 동일 제품임에도 대형마트별 가격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두고 납품업체 관계자들은 대형마트가 납품가에 영향력을 일부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ㄱ 납품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납품 가격은 동일 상품이더라도 대형마트별로, 소속된 지점별로 다르다”며 “우리는 납품하고 끝이므로 행사 또한 가격적인 부분은 대형마트에서 언제 행사를 하고 어떻게 진행하는지 다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며 소비자가는 대형마트에 결정권이 있다고 말했다.

ㄴ 납품업체 관계자 또한 “납품가는 점포별로, 상품별로 다 다르다. 납품가 인상은 대형마트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마음대로 못 하고, 매출이 잘 나오는 데는 싸게 들어가는 등 납품업체에서 접고 들어가는 게 있다”며 “전 점포별로 상황이 다 달라서 정확하게 얘기해주긴 어렵지만, 계속 납품가든 뭐든 압박이 가해진 건 맞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납품업체들은 납품가의 최종 결정에 대형마트의 영향을 일부 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영향 때문에 같은 제품임에도 마트마다 다른 가격으로 납품되고, 이에 최종 소비자가도 다르게 책정되므로 상품 가격이 차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마트 측은 상반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납품가 책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A 대형마트는 “납품업체에서 제시하는 납품가 그대로 사 올 수밖에 없다”면서 “마트마다 납품가가 다른 것은 각 업체마다의 영업 역량 차이일 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행사 시에도 납품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하는 등 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바는 없다”고 엇갈린 주장을 내놨다.

또 B 대형마트도 납품 단가에 대해 “납품가를 우리가 책정할 수 없다”며 “과거에는 납품가에 개입하는 등 여러 관행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관행이 없어진 지 오래돼 생산사에서 결정한 가격에 사 올 뿐이다”면서 “오히려 우리가 마진을 포기하고 출혈 행사를 진행할 때도 있다”고 항변했다.

대형마트 측은 납품업체가 다른 가격으로 납품하는 것은 맞지만, 마트에서는 납품가 책정에 일절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형마트의 '갑질'로 불릴만한 잘못된 관행은 더 있다.

ㄱ 납품업체는 납품가 외(外)로도 “유통단계에서 제품은 1%든 3%든 파손·도난될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있다”며 “그 비율을 모두 납품업체에 부담시키는 대형마트가 있기도 하다”고 호소했다.

또한 “납품업체 소속 직원을 대형마트에 파견근무를 시키는 등 인건비를 전가시키는 곳도 있다”며 “최근의 일은 해당 업체가 알 수도 있으니 말하기 어렵고, 다만 이러한 일은 관행처럼 옛날부터 있어 왔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공정위, 좀 더 조사해봐야 할 문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유통업체들과 납품업체들의 엇갈리는 주장에 “구체적으로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자료를 보기 전에는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기 어렵다”며 “법을 집행하는 공공기관이라 정확해야 하므로 일련의 주장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년 8월부터 유통 종합 대책을 내놓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갑질 근절을 위해 행정적인 제재를 강화하고, 여러 법제의 사각지대에서 제대로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납품업체를 위해서 제도적 기반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밖에도 시장이 완전히 클린해진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를 더욱 확대 진행하며, 자율적인 개선을 위한 협력도 확대할 것을 발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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