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권리능력은 '수정' 아닌 '모체 분리'부터 인정

▲ 정의의 여신상./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얻을 경우 아이의 민법상 친어머니는 대리출산을 의뢰한 부부의 아내가 아니라 아이를 낳아준 대리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이은애 수석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의 한 구청을 상대로 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분에 관한 불복신청 사건 항소심에서 대리모가 친어머니라고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자신의 수정란을 대리모인 B씨에게 착상시켜 아이를 가졌고, B씨는 아이를 미국의 한 병원에서 출산했다. 이 병원은 B씨를 기재한 출생증명서를 발급했다.

이후 A씨 부부는 아이를 자신의 친자로 구청에 출생신고하려 했지만 구청은 부부가 낸 출생신고서의 어머니 이름과 미국 병원이 발행한 출생증명서상 어머니 B씨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A씨 부부는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1심과 항소심 모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생물학적으로는 B씨가 낳은 아이의 친부모는 A씨 부부가 맞다. 하지만 민법은 다르다. 이는 사람의 권리능력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3조는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돼 있다. 즉, 사람은 출생하는 그 순간부터 사망하는 그 순간까지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민법은 개인에게 재산 및 가족관계 등 모든 사법관계에서 자유롭게 소유권을 누리고 계약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친족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자격 즉 권리능력을 평등하게 인정하고 있다. 이에 사람의 권리능력을 취득 및 소멸하는 시기는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재산 및 가족관계 등을 명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출생 시기와 사망 시기가 민법상에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어느 단계를 출생으로 볼 것인가는 법조계에서는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우리 민법은 사람의 출생시기를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한 때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사람으로서 권리능력을 갖는 시기는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됐을 때이다.

A씨 부부의 아이가 민법상 권리능력을 취득하는 시기는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됐을 때를 말하는데 그것은 결국 대리모인 B씨의 몸에서부터 A씨 부부의 아이가 전부 노출됐을 때를 이야기한다.

거꾸로 만약 민법상 A씨를 아이의 친어머니로 판단한다면 아이의 권리능력을 언제 취득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우리 민법에서는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됐을 때를 말하는데 A씨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는 아니기 때문에 권리능력 취득 시기의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리모 B씨가 민법상 A씨 부부 아이의 친어머니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A씨가 아이를 민법상 자기 자식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양자(養子) 제도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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