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생색내기’ 토론회에 시민들 거센 비판

 

[뉴스워치=이소정 기자]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장의 방청석에서는 “국회의원들은 어디 갔어?”라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처럼 최근 정책토론회나 시민 참여 간담회 등을 두고  ‘보여주기식 토론회’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일찍 퇴장한 공직자들을 두고 “5개 외과학회 수장을 한 자리에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데, 정작 자리를 지켜야 할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이 자리에 없다”고 비판했다. 공직자들이 토론회 중간에 나가버리는 행동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주최하는 정책 토론회나 간담회에 정작 해당 국회의원은 보이지 않아 누구에게 의견을 내는 건지 모르겠다는 참석자들이 불만을 터트리는 현장을 목격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고 있다.

행사를 주최한 국회의원들이 축사만 하고 퇴장하거나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많다는 것이다. 

주최자 없는 토론회…“보여주기식 행사”

 이런 식의 토론회 현주소에 ‘생색내기’ 또는 ‘보여주기식’이라는 등의 수식어들이 붙는 이유다.

 본래 토론회 및 간담회, 공청회와 같은 자리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시민 등 방청객들이 참여해 정책 실현이나 문제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모이는데, 정작 주최자인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자리를 비운다면 의견을 내고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관계자의 항변처럼 아무리 "사전에 토론 내용을 조율하고, 다른 수단으로 시민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장 토론회에 주최자인 국회의원이 참석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꾸준히 지적됐으나 개선은? ‘없다’

토론회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여한 전문가는 물론 토론회를 찾는 방청객들은 “이러한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더욱 실망스럽다”고 입을 모은다.

‘토론회 중간 빠져나가기’ 또는 ‘불참’ 등이 관행이라 불릴 만큼 너무 잦아 질타가 이어져 왔으나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 참가자는 본지 기자에게 “항변해야 될 기관에서 담당자가 참석하지 않아 그쪽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며 실망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작년부터 관련 사안에 대한 토론회들을 몇 군데 다녔는데, 그때마다 항상 항변해야 될 쪽에서 자리를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불참률이 높았다”고 말하며 씁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또한 지난해 9월 6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원도심 4개구 통합 시민공청회에는 4개구에서 200여명의 시민들이 참석해 좌석이 모자라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런데 공청회에서는 민감한 사안임에도 당담 공직자들의 자리가 일부 비어있는 바람에 한 시민이 “저기 자리 많지 않느냐, 안 올 거면 부르지를 말던지”라고 소리쳐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관행이란 이름의 이런 현실이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시민들 사이에서 계속 같은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이런 잘못된 관행이 과연 개선될 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주최자도 참석하지 않는 무성의한  ‘보여주기식 토론회’는 많은 참석자들들의 시간을 빼앗고 관심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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