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 들 4일 ‘가이 포크스’ 가면 쓰고 첫 거리 투쟁

▲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 및 불법행위에 대한 규탄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주최측 추산 500여명이 모여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로 촉발된 조양호 한진그룹 일가 갑질 논란이 결국 퇴진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지난 4일 저년 7시경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기자들과 시민 그리고 대한항공 직원들이 뒤섞이면서 그야말로 장사진을 이뤘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사례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대한항공 본사가 압수수색되는 혼란스런 상황에서 대한항공 직원들의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노조’의 도움도 받지 않고, 그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들 스스로 대한항공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이 가면은 영화 속 주인공인 가이 포크스가 억압에 맞서 저항의 의미로 착용한 물품이다.

대한항공 직원이라는 소속 때문에 얼굴이 공개될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겠냐라는 두려움 때문에 가면을 쓴 것도 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 ‘가이 포크스’처럼 한진일가의 부당한 억압에 저항을 하겠다는 의미도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한 그들은 전부 ‘가이 포크스’였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시민.
 
 
 
대한항공 직원들은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킬 수 없기 때문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했다. 이들은 영화에서 가이 포크스가 억압에 맞서 저항하는 것처럼 조양호 회장 일가의 억압에 맞서 촛불을 들었다.

해외 취재진의 취재 열기도 뜨거워

이날 집회 현장의 또 다른 분위기는 취재진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는 점이다. 일본 아사이TV는 현장 분위기를 담기 위해 열심히 취재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다보니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 참가자들과 취재진 간에 실랑이가 오가기도 했다.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사진기자들과 영상기자들은 대한항공 직원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가까이서 취재를 했고, 대한항공 직원들과 시민들은 촛불집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취재진에게 뒤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는 “언론도 동조자”라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에 언론도 책임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집회 시작 바로 직전에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되면서 무사히 집회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땅콩회항 이후 공항장애 등을 앓게 됐다면서 자신의 투병 이야기를 하면서 눈물을 보인 박창진 전 사무장. 이날 촛불집회 사회자 역할을 했다.

박창진의 사회 진행 그리고 눈물

이날 눈에 띈 것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당사자인 박창진 전 사무장이 집회 사회를 봤다는 점이다. 박 전 사무장도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집회를 이끌었다.

박 전 사무장은 “우리는 대한항공을 음해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사랑받는 존재가 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이날 집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박 전 사무장의 설명 이후 일반 시민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목동에서 왔다는 한 시민은 “지난 겨울 촛불로 정치권력을 바꿨으니 이제는 경제 권력을 몰아내기 위해 시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을 요구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한 시민은 “무너지지 말고 대한항공 직원들이 끝까지 힘을 냈으면 좋겠다”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들을 격려했다.

촛불집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나가던 일반 시민들의 호응도 상당했다. 어떤 시민은 “대한항공 직원들 힘내라”라고 외치기도 하고, “조양호는 물러가라”라는 구호도 내질렀다.

박 전 사무장은 집회를 진행하다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전 사무장은 땅콩회항 사건 이후 공황장애 투병을 하기도 했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가면 뒤로 흘린 박 전 사무장의 눈물에 집회 참석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박수로 위로했다.

집회 초반에는 주최측이 300여명 정도 참석했다고 알렸는데 8시가 넘는 시점에서는 주최측에서 500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퇴진 때까지 촛불을 들겠다고 다짐하는 대한항공 직원들과 일반 시민들.

촛불집회, 조양호 퇴진 그날까지

집회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이날 집회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조양호 회장 일가가 퇴진하는 그날까지 촛불을 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못하는 대한항공 직원 A씨는 앞으로 촛불집회가 계속 이어지는 한 참석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A씨는 “조씨 일가가 퇴진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아직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행사 주최측은 집회가 끝나는 시점에 “집회가 끝나도 마스크를 벗지 말아라”며 “집에도 바로 가지 말고 밖에서 걷다가 들어가라”고 말했다.

이는 사측이 참석자를 색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한항공 직원들은 두려움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기 때문에 힘이 난다는 것이 행사 주최 측의 이야기다.

역시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못하는 행사 주최측 한 관계자는 “일반 시민의 응원과 지지 덕분에 오늘 무사히 집회를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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