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피해 4년새 두 배 증가, 공무집행방해·정당방위 법원에서 인정 드물어

▲ 구급대원 등 소방관들을 비롯해서 공무원들이 시민들에게 폭행을 당해도 어디에 하소연할 곳도 없다. 무엇보다 법원에서 공무집행방해죄와 공무원의 정당방위 개념을 좁혀놓으면서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워치=김정민 기자]  5월 첫날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지난 4월 2일 전북 익산에서 쓰러진 사람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가 현장에 출동했는데 취객이었다.  이 취객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구급대원에게 오히려 욕설과 폭행을 가했다.

폭행 당한 구급대원은 ‘구토’와 ‘경련’에 시달리다가 4월 24일 뇌출혈로 쓰러졌고, 1일 결국 숨을 거뒀다.

 폭행 등 피해를 당하는 소방관이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에 따르면 소방관들이 구조·구급 업무 중 폭행·폭언 피해를 당한 사례가 4년새 2배 이상 늘어났고, 최근 5년 7개월간 해당 건수는 870건에 달한다.

2012년 93건(폭행 93건), 2013년 149건(폭행 149건), 2014년 132건(폭행 130건, 폭언 2건), 2015년 198건(폭행 194건, 폭언 4건), 2016년 200건(폭행 200건), 지난해 (7월말 기준) 98건(폭행 97건, 폭언 1건)으로 최근 5년 7개월간 총 870건에 달했다.

소방기본법에는 소방대원을 폭행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소방기본법만으로 과연 폭행 당하는 소방관을 보호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보디우리나라 형법에는 ‘공무집행방해죄’라는 죄목이 있고, ‘정당방위’ 개념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 이 두 가지 법 조항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기 힘들게 된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공무원들은 주취자 등이 폭력을 가하면 그대로 맞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원에서 이 조항을 적용하는데 공무원에게는 유난히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군부독재 시절의 유산이다.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무집행방해죄 혹은 공무원의 정당방위 개념을 상대적으로 폭넓게 적용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1987년 이후 우리 사회가 급격히 민주화되면서  공무집행방해죄와  공무원의 정당방위의 개념을 법원이 상당히 좁혀놓았다.

 만약 공무원이 주취자 등의 폭력을 저지할 목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정당방위 권리를 행사하거나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기소를 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폭력의 피해를 받으면서도 어디 하소연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제 군부독재 시절도 끝나고 민주화 시대이다. 공무집행방해죄와 공무원의 정당방위 개념을 법원이 상당히 좁혀놓은 것을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