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이름짓기 등으로 놓치기 일쑤, '누굴 위한 제도?' 볼멘 소리

▲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이소정 기자] “한 달이 긴 거 같지만, 출산 후가 가장 바쁜 데다 몸까지 힘들어 실제로는 너무 짧게 느껴져요”

지난 1월 초 출산한 이 모(31)씨는 새해를 맞아 쏟아지는 가족 행사에 치여 출생신고 기한을 놓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창백한 피부의 이씨는 자신이 평소 몸이 약한 데다 아이 또한 미숙아로 태어나 출산 직후 더욱 챙겨야 할 일이 많아 바빴다고 푸념했다. 당장 몸을 추스르기도 힘들어 신고 기한을 기억하기도 힘들었다는 것이다.

출생신고는 출생일로부터 한 달 내에 부모가 거주지 주민센터나 전국 구청을 직접 방문해 신청할 수 있다. 인터넷 신청은 안 되며 우편을 통한 신청은 가능하나 배달이 늦어지는 등 사유가 있어도 도착한 날로만 인정된다.

신고 기한을 어길 경우에는 과태료를 내야 한다. 신고의무자인 부모에게 7일 미만 1만원부터 6개월 이상 최대 5만원까지 늦은 기간만큼 과태료가 달리 부과된다.

출산 직후 30일이 제일 바빠

최근 출생신고를 하는 부모들 사이에서 “산후조리하랴, 아이 이름 지으랴 바쁜데 30일은 너무 촉박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등포 주민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출생신고 날짜를 넘기시는 분이 가끔 있다, 최근에는 3개월 전에 있었다”며 “대부분 넘긴다고는 해도 크게 넘기지는 않았다. 이유는 ‘바빠서 깜박하는 바람에 못 했다’ 등을 들어봤다”고 말했다.

인터넷 여론 또한 뜨겁다. 최근 한 포털의 맘 까페에는 ‘이름만 하더라도 작명소 등 여러 곳에서 받아지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종교가 있다면 또 다르다’며 ‘이러한 사정을 봐주지 않은 기한 설정과 과태료를 물리는 신고 제도는 도대체 누굴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쏟아낸 글이 개제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출산 직후 한 달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아주 중요한 기간이다. 출산 후 모든 신체기관이 임신 전 상태로 회복하는 ‘산욕기’가 평균 6~8주이기 때문이다.

전문의는 “산후 후유증으로 빈혈, 요통, 치질, 변비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산후 8주 이상의 산모 87%가 이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반드시 산후 검진을 통해 세균 감염 여부, 장기의 회복을 점검하고 안정을 취해야 함을 강조했다.

아이 키우기 전쟁은 출산 직후부터

부모들은 출산 후 건강뿐만 아니라 정부나 거주 지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양육수당 또는 출산장려금 등의 혜택도 챙겨야 한다.

또한 맞벌이가 필수인 요즘에는 어린이집 입소 대기 또한 출산과 동시에 신청해야 한다. 수용인원이 한정적인 탓에 대기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시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신청해야만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서울시가 공개하는 보육통계 최신 연도인 2016년 어린이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 수는 1016개에 45만명 대기, 경쟁률은 442대:1로 조사돼 ‘하늘의 별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엄마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경쟁률이 442:1로 4배 정도 더 높다.

이 밖에도 출생신고에 필요한 이름마저도 대충 지어서는 안 된다. 출생 신고 시 한글 이름과 함께 한자도 등록해야 해 아기 이름의 한자표기도 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름에 쓸 한자는 법원에서 정한 인명용 한자 8142개 내에 있는 한자여야만 등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상용한자에는 있지만 인명사전에 기재되지 않은 한자라면 신고를 하러 간 자리에서 수정해야 한다.

망원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드물지만 있긴 하다”며 “신고하러 온 자리에서 준비해온 한자 대신 다른 한자로 바꾸거나, 개인 사정에 따라 재방문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촉박한 출생신고 기한과 과태료 부과에 대한 규정들이 부모의 입장과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여론과 개선 요구가 수차례 제기되고 있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약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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