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연합뉴스

[뉴스워치] 박근혜정부는 집권 말기에 중국 정부로부터 얻어터졌다. 미국과 2014년부터 4년 간 논쟁한 끝에 경북 성주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키로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얻어터지고 있다. 중국 쪽에 바짝 엎드리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벌이는 무역전쟁의 유탄을 온 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수출만 놓고 보면, 아직까지 국내 경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올해 1분기 13대 주력품목 중 반도체·컴퓨터·석유제품·석유화학·일반기계·섬유·철강·선박 등 8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이중 반도체(294억9000만 달러)는 사상 최대 분기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 3월 반도체는 108억 달러를 수출하면서 사상 최대 수출규모를 경신했다. 단일 품목 사상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고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반도체 수출의 주역으로는 단연코 삼성전자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의 행보가 이상하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 작업 환경 보고서에 영업기밀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삼성전자 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의 보고서를 공개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반도체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영업 기밀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공표한 셈이다. 고용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용부의 행위를 막아섰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산업부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와 관련해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해서는 안 되는 상세한 정보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고서 안에는 공정명과 공정 레이아웃이 표시됐다. 가령 몇 층에 몇 라인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설비나 공정의 최적 배치도 유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 경쟁업체'라고 한 부분이다. 반도체 후발주자인 중국은 201조를 투입해 한국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가 스스로 산업스파이 역할을 자초한 것으로 보여 의아스러웠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사태까지 벌어지지 않았다.

이번 주에 특히 주목되는 일정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미국행이다. 김 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춘계회의에 참석 중이다.

김 부총리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난다.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진다.

김 부총리는 최근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와 관련해 "우리 환율 주권은 지킬 것"이라며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면 대외신인도나 환율보고서의 평가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 수준에 따라 국내 외환시장이 국제적 환투기꾼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환율 주권'을 지키려면 환율시장에서 급격한 쏠림 현상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소신 있게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전문가는 "미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오인할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외환시장 참여는 소극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가 환율 주권을 어떻게 지킬지 외환전문가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게 되길 기대해 본다.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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