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상승에 따른 인원 감축 어쩔 수 없어"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워치=이소정 기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아르바이트생과 그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출혈을 겪을 수밖에 없는 가맹점 점주들 간의 갈등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이 가운데 최저시급 인상정책이 등장해 점주들에 타격을 주게 되며 이들의 갈등 아닌 갈등은 더욱 팽팽해지고 있다.

▲18일 서울 광화문 소재 한 편의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압박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대신 편의점주가 직접 계산을 하고 있다. 사진=이소정 기자

인건비는 오르는데 수입은 제자리

“아르바이트생 쓰기가 힘들어서요.” 

18일 서울 광화문 소재 한 편의점에서 점주 안모(55)씨는 최저임금으로 자신이 직접 일하게 된 배경을 한숨을 쉬며 설명했다.

편의점주 안모씨는 “처음 편의점을 운영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매출이 안 나오고 무엇보다 신선식품에서 폐기상품이 너무 많이 나와 오히려 적자”라며 “매출이 안 나오니 자연히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을 감당하기 힘들어 시간이 되는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직접 나와 일을 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밝은 응대 멘트에 비해 다소 지친 표정이 역력했던 안씨는 학원에서 일하다 최근 부쩍 일이 힘들어져 그만두고 노후 준비 겸 가게를 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올해 초 편의점을 열었는데, 오른 시급을 미처 고려 못 한 탓에 수익이 생각보다 더 적었고 이렇게 적자일 줄은 예상 못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편의점 안 했을 거다”라고 한 뒤 쓴웃음을 지었다.

편의점 슈퍼바이저로 일하는 이모(29)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즘 들어 인건비 등으로 수입이 줄었다며 하소연하는 점주들이 몇 있긴 하다”며 “편의점 운영을 접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최저시급이 오른 것도 조금이나마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해보다 16.4%(1060원)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책정됐다. 당장 수입에는 변화가 없음에도 인건비 지출만 높아진 프랜차이즈 점주 등 소상공인들에게는 비상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타격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수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정책이라지만 어쨌든 현장에서는 비어버린 아르바이트생 숫자만큼 싸늘한 냉기가 돌뿐이다.

▲ 서울 광화문 소재 한 카페 계산대 전경. 사진=이소정 기자

두 세 명이 할 일을 한 명이…사라진 복지

점심시간, 같은 날 역시 서울 광화문 소재 한 카페에서는 그 어느 시간대보다 붐비는 때인 만큼 실수가 두 번, 세 번 반복되자 앳된 얼굴을 한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겨우 2명의 아르바이트생이 한 번에 10~15잔씩 밀려드는 대량 주문과 사이드메뉴 조리까지 처리하며 바삐 움직였다. 

“앗 뜨거!”하는 비명도 간간히 들렸다. 해당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김모(21)양은 자주 손을 데이냐는 물음에 “일이 익숙하지 않아 그렇다”며 멋쩍은 표정으로 답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업무 환경, 복지 여건은 아르바이트라는 직종이 가진 낮은 전문성과 잦은 인원 교체라는 특수성 때문에 언제나 열악했다. 

그 특수성 때문에 문제 사항 또한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왔지만, 최근 이러한 문제점이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실태조사가 공개됐다. 

지난 17일 알바천국이 공개한 배달 아르바이트생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달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절반 이상이 근무 중 사고 경험이 있으며, 보상 또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들은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상대방 운전자 부주의(42.4%)”와 “제한시간 내 배달 완료를 위해 무리하게 운전(25.9%)”한 것을 꼽았다. 

이어 “주문 고객에게 불만을 듣기 싫어 무리하게 운전(16.6%)”, “배달 건당 추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3.2%)” 등으로 응답했다.

평균 배달 업무 시간은 대부분 “10분 미만(48.2%)”과 “10~20분 미만(41.4%)”이었으며, 전체 배달 알바생 중 24.2%는 근무한 배달 업체 내 ‘시간제 배달’ 의무가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초를 다투는 시간 압박 요구는 줄어든 아르바이트생 수만큼 업무가 남은 아르바이트생에게 과중된 결과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업무 환경 또한 열악했다. 사고를 당한 후 치료비 부담에 대해 '내가 모두 부담'했다는 응답이 35.5%에 달했다. 사고 시 부상을 최소화해 줄 안전장치마저 개인적으로 구매해 이용하고 있었다. 

근무 중 헬멧, 안전모, 안전화 등 보호장비 이용 방법에 대해 응답자의 55.5%가 “사업장의 보호장비를 무료로 빌려 이용한다”고 말했으며, 나머지 응답자는 “개인적으로 사서 이용(24%)” 등으로 답했다. 아예 “보호장비 없이 일했다”고 말한 응답자도 14.1%에 달했다.

또한 이러한 결과에서 유추되듯 배달 아르바이트생 상당수는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음에도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재보험 가입 여부에 대해 응답자 32.5%만이 “가입됐다”고 말했으며, “가입 여부를 모르겠다”, “가입되지 않음”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33.1%, 30.1%를 차지했다. 심지어 응답자의 4.3%는 “산재보험이 무엇인지 아예 모르겠다”고 답했다.

상생하는 고용환경 위한 요구 높아져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인과 피고용인은 함께 상생해야 하는 관계인만큼 서로의 이익이 곧 전체의 이익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이 얽히게 되면 언제나 문제가 복잡해지듯, 이 구조 역시 기이하게도 한쪽의 희생을 바탕으로 굴러가는 모양새를 띄게 됐다.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최저임금을 인상시켜 한쪽부터 먼저 일으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위기 탈출을 낙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으로 인해 고용인들의 재정이 부실해지고, 그 여파로 피고용인들의 실업이 늘고 물가가 치솟는 등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작게는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에서부터, 크게는 중소기업과 청년 직장인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중소․영세기업에서의 대규모 실업 사태 또는 취업 공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한 상생하는 고용환경을 위한 지원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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