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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전염병은 두려워하면 안 되는 것전대열 / 월드코리안 대기자

‘서울이 무섭다고 하니까 과천서부터 긴다.’는 속담이 전해온다. 시골사람들이 어쩌다가 서울구경에 나섰다가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니까 옆에 있던 험상궂은 서울청년이 빌딩을 보면 돈을 내야 된다고 하면서 “몇 층까지 봤느냐”고 힐난한다.

촌사람은 얼른 둘러 붙이기를 “나 5층까지 밖에 안 봤소”하니까 그럼 5푼만 내라고 해서 줬다. 그 사람이 간 다음 혀를 내밀며 “실은 15층까지 다 봤는데 서울 놈 속여먹는 것은 일도 아니네”라고 말하는 우스개가 있다.

살얼음판 같은 서울구경을 재미있게 표현한 우스개라 옛사람들의 유머가 기품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요즘 누구 말이 옳은지 서로 미루고 빗대는 비겁함이 판치는 세상에 노출되어 있다.

공무원연금 법안을 둘러싸고 엉뚱하게 탄생한 국회법개정을 놓고 위헌여부에 시비가 걸렸다. 청와대가 나서는 통에 여야는 물론 당정청협의까지 물 건너가는 곤혹에 빠져있다. 상호간에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보여주지 않는 치킨게임이다. 그런 판에 큰 불똥 하나가 날라들었다.

머나먼 중동에서 날아온 호흡기병이다. 메르스(MERS)라는 이름을 가진 이 질병은 과거 인류를 위협했던 장티브스와 10여년 전 홍콩과 중국을 비롯한 30여개국을 휩쓴 사스와 ‘스짜 항열’이다.

메르스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번지면서 감염자의 40%가 사망한다는 엄청난 정보를 듣기만 했던 한국에서는 먼 나라 얘기로 치부하고 “설마”했던 것이 치명적인 오판이었음이 드러났을 때에는 아미 너무 늦었다.

이것은 순전히 질병 전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잘못이다. 메르스의 증상은 알려질 대로 알려져 있었고 발생지도 현재 사우디에 국한되어 있다. 사우디를 거쳐 들어오는 입국자들에 대해서 철저히 검사를 했어야 한다.

바이러스 잠복기간이 2일~14일이라고 임상결과까지 나와 있으니 그 기간 동안 격리 관찰하는 것이 뭐 그렇게 어렵단 말인가. 전염병이 창궐할 때에는 관계부처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모든 법령들이 이를 보장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일지라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전염병 확진환자라면 입국을 거부하고 되돌려 보낼 수 있는 권한도 있다. 항차 일정기간동안 격리시키는 것은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하는 것이긴 하지만 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어서 누구에게나 통제가 가능하다.

우리 보건복지부는 이를 소홀히 했다. 의심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면서도 단독병실을 사용하지 않고 다인실(多人室)을 사용했다가 결국 다른 환자, 문병객 심지어 의사와 간호사까지 감염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쟁기로 막기도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것이 한국 메르스의 현실이다. 전염병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인류의 대적(大敵)이다. 전염병은 아마도 수천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왔겠지만 비교적 역사의 사실로 기록된 것만 대강 훑어봐도 만만찮은 위력을 뽐내고 있다.

쥐벼룩이 옮긴다는 페스트는 14세기 초 유럽을 휩쓸었다. 지중해 스칸디나비아에서 발병하여 유럽인구가 8천만일 때 3분의1이 사망할 정도로 위력이 컸다. 일명 흑사병이라고도 한다. 결핵은 아직까지도 그 잔재가 남아있다. 한 때 한국에서 결핵은 사라졌다고 선포했으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감염자들이 제법 된다.

독일과 프랑스에서 번졌다. 서정시인 김소월도 결핵으로 33세에 요절했다. 19세기 초 유럽인구의 4분의1이 이로 인해 죽었다. 콜레라는 가난과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병으로 ‘도시를 휩쓸어버리는 병’이라는 무서운 별칭까지 지녔다. 19세기에 페스트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는 기록이다. 호열자라고도 부른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전 세계에서 5천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피부에서 산소가 빠져나가 보랏빛으로 변하며 폐렴을 유발시켜 죽음에 이른다. 얼굴에 곰보자국을 남기는 천연두는 종두(種痘) 덕분에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20세기에만 3억 명의 희생자를 냈다. 2002년도에 홍콩에서 발생하여 1주일 만에 30개국을 휩쓸었던 사스는 중국을 크게 각성시켰다.

이번에 한국인 메르스 환자를 다루는 솜씨는 사스가 반면교사 역할을 한 셈이다. 신종플루는 2009년 멕시코에서 발생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이즈는 전 세계적으로 퍼졌지만 성관계만 조심하면 걱정 없는 병이다.

조선역사에서도 역병(疫病)이라는 전염병이 간헐적으로 발생하여 허준과 이제마 같은 천재의사가 발굴되기도 한다. 세계 각국에서는 전염병이 본토에 번지지 못하도록 외딴 섬을 격리된 섬으로 활용했다.

페스트를 막기 위해서 이탈리아는 산타마리아섬, 발진티브스 예방으로 캐나다는 패트리지섬, 황열을 막기 위해서 우루과이는 플로렌스섬, 스페인 독감에 대처하여 미국령 사모아섬 그리고 한센병 치료를 위해서 한국의 소록도가 격리의 섬이 된 역사가 있다.

이처럼 전염병은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은 언제나 이러한 질병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퇴치실력을 발휘해 왔다. 지금 메르스를 대하고 있는 국민 사이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공포심에 빠진 듯하다.

SNS를 통하여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들은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일종의 사디즘 환자다. 걷잡을 수 없게끔 번지고 있지만 병마는 반드시 우리 손에 죽는다. 우리가 두려움에 젖어 있으면 전염병은 더 크고 넓게 번질 개연성이 있다. 당국에서 지도하는 대로 의젓하게 따른다면 메르스 정도는 쉽게 사라질 것이다. 용기와 자신감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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