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픽사베이

[뉴스워치=강민수 기자] 미투 운동(나도 당했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면서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하고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미투 운동이 2개월 정도 시일이 흐른 가운데 국회의원 뱃지를 단 사람이라고 하면 한번쯤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동의간음죄’란 피해자가 동의를 하지 않은 성관계는 ‘강간’ 즉 성폭행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비동의간음죄’에 대한 법률적인 위험성은 법조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비동의’라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형벌법규는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 법적 결과인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형법의 법리이다.

예를 들면 형법 제250조 1항을 보면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사람을 살해하는 행위를 ‘살인’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호법익(보호 대상자)는 ‘사람의 생명’이 되며 행위는 ‘살해’이다. 이처럼 형벌법규는 명확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를 살펴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다.

여기서 보호법익(보호 대상자)는 과거에는 ‘부녀의 정조’였지만 이제는 ‘사람의 성적 결정권’으로 돼있다. 그리고 행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이라고 표현돼 있다. 행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이 돼있다.

그런데 비동의간음죄는 “동의 없이 사람을 간음한 사람은 XXX에 처한다”라는 규정이다.

문제는 피해자의 비동의라는 부분이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비동의에는 ‘적극적’ 비동의가 있을 수 있고, ‘소극적’ 비동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 비동의는 피해자가 가해자 즉 성폭행범에게 “NO”라는 말을 명확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폭행범이 간음을 할 경우 성폭행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소극적 비동의는 피해자가 “YES” 혹은 “No”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동의를 말한다.

만약 소극적 비동의가 있었는데 성관계를 맺었을 경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동의로 착각하고 성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고, 피해자는 동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폭행이 되는 것이다.

거꾸로 적극적 비동의를 성폭행으로 규정할 경우 세간의 시선은 비동의 성폭행 피해자에게 “왜 적극적으로 싫다고 하지 않았냐”라는 2차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살인죄로 명확하게 규정되지만 피해자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는 것을 ‘성폭행’이라고 한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 입장에서 볼 때 피해자가 과연 어떤 식으로 동의를 하는 것이 ‘동의’인지 확실하게 규정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성관계를 맺을 때 ‘계약서’라도 쓰고 변호사 공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피해자 ‘비동의’라는 내용이 너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현행 형법상에서 강간죄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대법원에서 강간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을 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피해자가 비동의를 했는데도 성관계를 맺으려고 한다면 결국 ‘폭행’이나 ‘협박’ 등이 동반할 수밖에 없다. 즉, 현행 형법으로도 충분히 강간죄에 대해 단죄할 수 있다. 문제는 대법원에서 강간의 범위를 너무 좁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제이지 현행 형법상의 ‘강간죄’ 규정이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피해자의 비동의’라는 부분에 대한 입증 책임을 과연 누구에게 둘 것인가 여부다. 법정 다툼을 하게 되면 피해자가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입증 책임은 피해자 자신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에게 비동의의 입증 책임을 묻는 것은 2차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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