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모로코 해외손실, 산은은 중동 전문가 영입할 듯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대우건설이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중동 건설 전문가가 차기 사장으로 발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고,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로의 매각에 실패한 대우건설이 차기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21일 조속한 시일 내에 대우건설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다음주부터 신임 사장 선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을 한 이후 산업은행 출신 송문선 부사장이 사장을 맡았다.

송 사장은 회계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매각을 빨리 추진하기 위한 인사였다. 하지만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실패하면서 경영정상화로 가닥을 잡게 됐고, 결국 신임 사장 인선 절차를 밟게 됐다.

산은은 대우건설 내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전문 헤드헌팅사의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병행해 적격자를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새로 선임될 사장에게는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이다.

산은은 지난 1월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호반건설을 선정했지만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발생한 부실이 공개되면서 호반건설은 인수를 포기했다.

그만큼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 현장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해당 공사장의 공사 진행률이 70%대로 떨어졌다.

지난 20일 삼정회계법인이 작성한 대우건설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모로코 사피 화력발전소의 공사 진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3.7%로 나타났다.

시운전 과정에서 총 9개의 열교환기 가운데 3개(7·8·9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사가 지연된 영향이다. 회사 측에서 문제를 인지한 것은 올해 1월이고, 당초 진행률은 약 95% 수준이었다. 해당 화력발전소를 포함한 일부 현장의 공시기간(공기)이 늦어지면서 원가 투입 규모가 덩달아 증가됐다.

건설 전문가들은 해당 공사의 공사기한이 오는 7월 31일까지였지만 열교환기 교체로 준공 시기가 최대 10개월(내년 5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욱이 원가 증가에는 준공 시기가 지난해 말에서 올해 5월로 늦춰진 카타르 고속도로 공사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모로코 현장을 포함해 회사 귀책사유로 완공시기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현장과 관련해 3068억 2600만 원의 지연배상금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때문에 대우건설은 추가 부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달 말부터 한영회계법인과 해외현장 전수조사에 나선다.

이런 상황이기에 대우건설 신임 사장은 이른바 ‘중동 건설 전문가’가 필요하고, 산은도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에 모로코 공사현장의 정상화를 산은은 신임 사장 선임의 선결조건으로 넣었다.

실제로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모로코 공사 현장을 비롯해 대우건설이 중동 지역 건설현장에서 계속해서 공사가 지연되기 때문에 중동 건설 전문가가 신임 사장을 맡아서 경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은은 대우건설 내외부 인사 중에 선출을 한다고 하지만 내부 인사의 경우 해외손실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가 신임 사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대우건설이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돼서 M&A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는 외부 건설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 쇄신 방안을 내놓고, 그에 따른 정상화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동 지역에서 공사 지연으로 인한 해외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중동 지역 건설 전문가가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7080년대 중동 건설현장을 누비면서 경험을 많이 쌓아왔고, 중동 지역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외부 건설 전문가가 대우건설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건설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모로코왕국 역시 왕조 국가이고, 중동 국가 상당수가 왕조국가이다. 그리고 중동 지역 건설 현장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에서 수주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 대우건설 사장으로 선임돼야 한다.

이는 중동 지역을 제대로 잘 아는 것은 물론 중동 지역 건설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산은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모로코 공사현장 정상화’를 대우건설 사장 전제조건으로 단 것이다.

무엇보다 산은이 대우건설 경영정상화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정치적 입김보다는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대우건설을 바라보고 대대적인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번 대우건설 신입사장 선임은 이동걸 산은 회장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임 사장을 제대로 된 인사로 앉힐 경우 대우건설 정상화에 기여한 인물로 평가를 받겠지만 정치적 입김 등으로 인해 얼토당토한 인사를 앉힐 경우 그에 대한 비난은 두고두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