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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12) 길을 떠나며 #2. 그리운 아테네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짙푸른 바다와 낭만이 살아 있는 그리스 산토리니

한국의 직장인 2명중 1명은 한국을 떠나고 싶어합니다. 작년 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남녀 직장인 13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눈길을 끕니다. 이민가고 싶은 나라를 조사한 결과 밝혀진 내용입니다.

20대 직장인은 52.4%가 30대는 55.9%가 40대 이상은 61%가 이민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연령이 높을수록 수치가 더 높습니다.

이들이 이민을 가고싶은 이유는 크게 5가지였습니다. 기혼과 미혼에 따라 순위가 조금 차이는 있습니다. 자녀교육 문제, 새로운 환경에서 살고싶은 호기심, 노후보장 문제, 국내 정치 사회적 문제, 직장내 지나친 업무와 스트레스. 

이민 가고싶은 나라도 연령대에 따라 순위만 바뀌었을뿐 호주,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가 압도적입니다. 나머지 10위권이 거의 유럽입니다. 가까운 동남아가 없다는 건 조금 이상합니다. 그보다 한국인들은 떠날 마음이 있는데도 왜 떠나지 못할까요?

떠나고 싶은 이유가 분명해야 떠납니다.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야 분명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지 않은 길’이 됩니다. 저도 떠나고 싶었지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떠날 수 없게끔 만드는 인생의 짐이 너무 많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여러 나라를 다녔습니다. 언론사에서 문화분야를 담당하다보니 세계를 돌아다닐 일이 많았습니다. 퇴직 후에도 홍보회사 하며 60여 개국은 다닌 거 같고 그중에서 세 도시가 제 맘에 꼭 들어왔습니다. 캘리포니아 카멜, 그리스 아테네, 노르웨이 베르겐.  세 도시의 공통점은 해변이 있고 예술의 마을이라는 점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직장 감사관계로 2년을 왔다갔다하며 구석구석 다녀보니 캘리포니아에는 4계절이 공존합니다. 서부해안을 끼고가는 1번도로에는 야생화가 피고 빅파인에는 눈이 내리고 뜨거운 데스밸리의 아름다운 사막, 화이트 리버에는 핏빛 낙엽이 집니다.

카멜은 몬터레이 카운티의 소도시고 하얀 모래사장이 눈부신 아름다운 마을이어서 예술하는 사람이 많이 삽니다. 특히 저같이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에겐 최고입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개를 자유롭게 데리고 다닐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도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는 노르웨이입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북부 베르겐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차창밖으로 자작나무 숲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10월이면 노란 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깊게 패인 협곡 피요르드에는 맑고 깊은 바닷물이 고요하게 고여 있고. 베르겐은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입니다.

바닷가에 있는 그리그 하우스에 가면 그의 곡이 아름다운 까닭이 이해가 됩니다. 작곡가 그리그, 소설가 입센, 화가 뭉크는 노르웨이 동시대에 살았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게 이상합니다.  

그리스 아테네는 미케네 문명지이자 사도 바울이 전도여행을 하며 거쳐간 곳입니다. 가까운 고린도에서부터 데살로니카까지 초기 기독교 전도지역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꽃피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발에 차이는 돌 하나도 기원전 유물이니까 도시는 ‘살아 숨쉬는 역사’입니다. 하지만 외세 식민지 역사로 점철되어 정작 자기 나라로 있던 적이 오백년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음악도 슬픕니다.

가수 나나무스끄리, 연주가 야니의 나라입니다.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무명시절 <상실의 시대>를 쓴 곳이 바로 그리스의 섬 크레타입니다. 그가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일본을 떠나 이 낯선 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우리처럼 정이 많고 음식도 소박합니다.

제 나이 서른이 지나고 사십대가 되면서 저는 세 곳 중에서 그리스 아테네에서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오십대 후반에 은퇴를 하면 거기 가서 전문가이드를 하며 살자. 그래서 저의 그리스 공부는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에서도 그리스에 관한 책은 다 소개해주어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심지어는 재클린과 오나시스가 첫날밤을 지냈다는, 최고급 비치가 딸린 그 호텔의 룸도 할인해서 묵어보았으니 참.

꿈꾸던 그 나이에 저는 지금 양곤에 있습니다. 아름답던 카멜도 베르겐도 아니고, 열심히 공부해 가이드로 살려던 아테네도 아닙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이곳으로 온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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