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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11) 길을 떠나며 #1. 해변의 길손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양곤서 가장 가까운 웨이싸웅 해변. 버스로 6시간 걸린다.

길을 떠납니다. 여행의 길, 인생의 길을. 인생도 여행입니다. 사람과의 여행입니다. 여행도 장소와의 여행이 아니라 사람과의 여행입니다. 때로는 나와의 여행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오늘 저도 잠시 여행을 떠납니다. 양곤에서 버스로 6시간 걸리는 웨이싸웅 해변입니다. 양곤 다운타운 라잉따야 버스터미널에서 아침 6시에 단한번 출발합니다. 저를 데리고 가는 여행입니다. 인생도 언제, 누구와, 어디서, 무엇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여행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떻게, 왜? 이것은 나중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동행하는 사람과 불화가 생기면 아무런 추억이 없습니다. 아무리 비천한 오지라도 동행하는 사람과 도우며 나아갈 때 기쁨이 있습니다. 정신적 휴식을 위해선 홀로여행도 아주 필요합니다. 마음의 충전을 통해 활력을 되찾습니다. 떠남으로 떠난 자리를 사랑하게 되는 아이러니. 작별함으로써 작별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양곤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해변은 차웅타 해변입니다. 차웅타 남쪽에 새로 개발된 웨이싸웅 비치는 개방된지 10년밖에 안된 조용한 곳입니다. 은빛 해변이란 이름처럼 15km의 긴 해변이 은빛으로 반짝입니다.

외국인들과 양곤의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 비싸고 시설이 좋은 호텔도 10여 개 있습니다. 해변의 남쪽 끝에는 연인의 섬(Lovers Island)이 있습니다. 하루 두번, 아침 7시경 오후 4시경에 물길이 열려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해변을 걸어갑니다. 유년시절 고향의 바닷가와 세계 곳곳의 해변이 떠오릅니다. 오래전 호주 골드코스트를 걸으며 제가 쓴 시가 생각나 옮겨봅니다. 제목은 <조약돌>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동쪽/ 골드코스트 한 바닷가에는/ 작고 아름다운 조약돌들이 살고 있습니다

매끄럽고 정결한 물매돌/ 파도와 재잘거리는 애기돌/ 은빛으로 반짝이는 엄마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바닷가에는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파도가 하얗게 밀려와/ 조약돌들을 씻어줍니다

몸에 붙은 모래를 씻어줍니다/ 해초 찌꺼기를 씻어줍니다/ 바다와 마주앉은 외로움을 씻어줍니다/ 세상의 때를 말끔이 씻어줍니다

파도는 자꾸자꾸 밀려와/ 기쁘되 더욱 깊은 기쁨으로 살라고/ 평화롭되 더욱 드넓은 평화로 살라고/ 사랑하되 더욱 풍성한 사랑으로 살라고/ 해변의 조약돌에게 속삭입니다

우리는 어제도 오늘도/ 주님이 씻기어주는/ 작고 정결한 조약돌입니다

웨이싸웅 해변에 비가 내립니다. 긴 여름이 끝나고, 우기라 매일 비가 몇시간씩 내립니다. 비수기라 여행온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지금은 혼자 걷지만 골드코스트를 걸을 때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해변에는 조약돌들이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파도가 밀려오면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기쁘게 살아가라고. 우울한 시기였습니다.

한사람은 결국 한사람에게 가는 여행을 합니다.

우리도 하나님에게 가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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