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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10) 다나카와 론지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산룬과 망상, 화장을 하다.

산룬과 망상은 이제 새 학기가 되어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주 꿈이 많은 시기이고 조그만 일에도 생기발랄하게 웃는 아이들입니다.

산룬(사진 왼쪽)은 고아입니다. 엄마는 산룬을 낳자마자 세상을 떠나고 아빠는 행방불명입니다. 하지만 이 공동체에서 가장 밝은 아이입니다. 손님이 오면 가장 먼저 달려나가 인사를 하고 물이나 커피를 대접합니다.

제가 수업하러 갈 때, 떠놓는 물 한잔은 그 아이가 갖다놓는다는 걸 저는 압니다. 한때는 신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변호사가 되는게 꿈입니다. 또 바뀔지도 모릅니다.

이런 산룬도 우울할 때가 있습니다. 친한 친구인 망상이 엄마로부터 전화를 받을 때입니다. 친구가 엄마와 다정하게 대화할 때 산룬은 말이 없어집니다.

망상의 엄마는 먼 북부지역에 사는데 가끔 딸이 보고싶어 스텝을 통해 전화를 해 바꿔줍니다. 고향까지 차로는 이틀 걸려서 여기 부모가 있는 아이들도 서로 본지 오래되었습니다.

망상의 꿈은 컴퓨터 관련된 일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동체에는 컴퓨터가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미얀마에서는 한국과 메일 주고받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느리기도 하지만 인터넷이 잘 안되어 자꾸 끊어집니다. 올해는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망상은 한국 동해의 해수욕장 이름입니다. 제가 “Your name is the name of a famous beach in South Korea”라고 하면 좋아합니다. IT강국 한국에 있는 그 바닷가를 꼭 가고싶다고 합니다.

산룬과 망상이 오늘은 예쁘게 화장을 했습니다. 천연화장 다나카(Thanakha)입니다. 세계에서 이것으로 화장을 하는 나라는 미얀마밖엔 없습니다. 다나카 나무토막 껍질을 갈아 나오는 물을 뺨과 코, 목과 팔에 바릅니다.

연한 살구색의 다나카는 자외선을 막는 효과가 있어 남자들도 하지만 아기들과 여성들이 늘 하는 화장입니다. 연하게 갈아서 얼굴 전체를 바르고 진하게 갈아서 햇볕에 잘 타는 뺨 등에 바릅니다.

보습효과가 좋아 여성들은 잠자기 전에 바르고 잔다고 합니다. 이 화장법은 2천년전 베익따노 왕국의 왕비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고, 5세기에 바고 왕의 딸이 이용했다는 기록이 석판에 남아 있으니 참 오래된 관습입니다.

▲ 양곤 시청앞. 론지를 입은 행인들.

이곳 사람들의 전통복장은 아주 편한 론지(Longyi)입니다. 남녀 모두 치마 형태로 된 하의를 입고 상의는 남성은 흰 티셔츠, 여성은 블라우스를 받쳐 입습니다. 여성은 허리 옆으로 질끈 동여매고 남성은 앞으로 돌려서 동여맵니다.

론지는 밤에 잘 때는 이불로 사용해도 되고 통풍도 잘 되어서 편하지만 뛰어야 할 때는 불편합니다. 그래서 노동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는 반바지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여기 대통령도 이 전통복장을 하고 파낫(phanat)이라는 조리를 신고 외국손님을 맞습니다. 여성들은 론지를 가슴까지 올려 언제든지 목욕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산룬과 망상은 론지 대신 청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요즘 여기 청소년들은 면바지나 반바지를 즐겨 입습니다. 미니스커트도 등장했습니다. 외국문화가 밀려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라밖의 세상과는 상관없이 강한 문화적 자긍심과 전통적인 관습에 익숙한 사람들. 그들만의 느리고, 한없이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

그 시간 속을 두 아이는 총총이 걸어나오고 있습니다.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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