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정민 기자] 식품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차원에서 정부가 과학적인 위생관례체계를 마련한 것이 바로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이다.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유통, 조리단계를 거쳐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해요소를 규명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중요관리점을 결정하여 자율적·체계적·효율적인 관리로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이다.

그런데 이 해썹이 못믿는 존재가 돼버렸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값싼 중국산 고춧가루로 김치를 만들어 놓고 국산으로 속여 온 제조업자들을 적발했다.

이들은 모두 해썹을 받은 곳인데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급식 업체에 김치를 납품한 곳도 있었다.

국산으로 둔갑한 김치는 지난해 여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식당에 공급됐고,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에게 팔려나갔다. 판매된 양은 165톤으로 액수로 따지면 3억원이다.

이처럼 해썹 관리가 엉망인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지난 살충제 계란 파동 때에도 산란계 농장 10곳 중 6곳이 해썹을 획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저처가 전수조사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나와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은 49곳이었고, 해썹을 받은 농가는 29곳(59%)였다.

해썹은 식품을 먹어도 안전하다는 것을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믿고 먹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해썹 관리가 엉망이면서 이제 해썹도 못 믿는 시대가 됐다.

실제로 해썹을 받은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식품 관리는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썹 인증 업체는 2012년 1809개에서 지난해 말 4358개 1.4배 이상 늘어났고, 이물 혼입 사례도 2012년 54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7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해썹을 받은 업체가 증가하면서 이물 혼입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식약처의 행정처분이 매우 저조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이물 혼입이 적발된 90개 업체 중 80개는 시정명령에 그쳤고 나머지 10개 업체만 품목제조정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썹 인증을 해주는 것 뿐만 아니라 사후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행정처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해썹은 이제 못 믿을 인증마크가 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해썹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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