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수가 24명이 추가돼 모두 64명으로 늘어났다. 현재 유전자 검사 중인 사람도 200여명에 달해 이번주 초에는 76명이 발병한 아랍에미리트연합을 제치고 세계 2위의 메르스 환자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전망이다.

국내에서 유전자 변이는 없는 것으로 나와 중동에서 발견된 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임에도 유독 국내에서 전파가 빨랐던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부실한 초동대처와 고온건조한 최근의 국내 기후조건, 전염병에 취약한 문병 문화, 고령자들의 노출이 잦았던 점을 꼽고 있다.

메르스 전파가 빠르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허술한 초동대처다. 최초 환자는 메르스 증상이 발현된 지난달 11일부터 거의 열흘 동안 격리 없이 병원을 옮기고 지역사회를 활보했다. 보건당국은 당초 역학조사 대상을 첫 번째 환자의 병실로만 국한시켰다가, 지난달 28일 같은 병동에서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역학조사를 전면 재실시했다. 사태가 확산되자 지난 5일엔 지난달 15~29일 이 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넓혔다.

보건당국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대응을 거듭하는 사이 14번 환자가 입원한 삼성서울병원에서는 2차 감염자(14번)가 응급실을 찾아 환자·의료진 등 17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14번 환자가 시외버스를 타고 평택성모병원에서 삼성서울병원 사이를 이동하고, 부산·순창·부천·성남 등지로 확진·의심 환자가 번지면서 지역사회 전파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20도를 넘는 고온·건조한 현재의 국내 기후도 메르스 전파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에 한몫을 했다. 중동을 오가며 메르스를 직접 연구해왔고, 진단키트도 개발해낸 고려대 약대 송대섭 교수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현재 국내의 기후조건이 메르스 바이러스의 생존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기온이나 습도가 너무 높거나 낮으면 바이러스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현재의 건조하고 온화한 국내 기후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또 가족들이 병간호를 맡는 경우가 많고, 문병이 잦은 데다 환자 간 접촉 가능성이 높은 좁은 병실 환경도 메르스가 쉽게 퍼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초기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2번 환자는 1번 환자의 배우자이며, 4번 환자는 3번 환자를 간병하던 딸이었다. 그 후에도 확진자를 문병한 사람들의 노출이 잦았고, 평택성모병원과 같이 에어컨·화장실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 있는 비말이 공간으로 퍼지면서 좁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2·3차 감염이 이어졌다.

이밖에 면역력이 약한 고령의 환자가 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된 것도 확산 속도가 빨랐던 이유다. 6일 현재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으며 이미 사망한 3번 환자(76)를 포함해 65세 이상 고령 환자는 17명으로 26.6%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망자 5명 중 첫 사망자인 25번 환자(57·여)를 제외하면 4명이 71~82세의 고령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경환 총리 직무대행은 "지금부터라도 국가적인 보건 역량을 총동원해 불안과 우려를 조기에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재앙적 상황을 막는 마지막 기회로 삼기를 국민들은 애타게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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