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연예인 중 한명으로 손꼽는 코메디언이자 재즈의 거장 지미 듀랜트(Jimmy Durante)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평생 잊지 못한 추억이 하나 있다고 고백했다.

지미가 왕성하게 활동하던 어느 날, 제2차 세계대전의 참전 용사들을 위한 위문공연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는 행사 기획자에게 말했다.

"정말 참석하고 싶군요. 하지만 지금은 스케줄이 꽉 차있기 때문에, 단 몇 분 밖에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간단한 공연 후 곧바로 내려와도 좋다면 기꺼이 출연하겠습니다."

물론 기획자는 그렇게라도 지미 듀랜트를 무대에 세울 수 있다면 여러모로 행사가 더 빛을 낼 수 있었기에, 감지덕지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막상 당일이 되어 지미가 무대 위로 올라가면서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그는 짤막한 원맨쇼를 끝내고도 무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박수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그는 계속해서 쇼를 이어갔다.

이 광경을 무대 뒤에서 바라보던 기획자는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이 변한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15분, 20분, 30분이 흘러갔다. 마침내 40분이 지난 후, 지미 듀랜트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무대 뒤에서 기획자가 그를 붙잡고 물었다.

"정말 훌륭한 진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몇 분간만 무대에 설 줄 알았는데 어찌된 일입니까?"

지미가 대답했다. "나도 그럴 계획이었지만, 내가 계속 행사를 진행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기 무대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을 보세요."

기획자는 무대 틈새로 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무대 맨 앞에 두 명의 참전 용사가 앉아 있었는데, 둘 다 전쟁에서 팔 한 쪽씩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한 사람은 오른쪽 팔을 잃었고, 또 한 사람은 왼쪽 팔을 잃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남은 한쪽 손을 서로 부딪쳐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대스타 지미 듀랜트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의 손이 만들어내는 박수소리? 아니면, 그들이 보여준 웃음이었을까. 산적한 일들을 알면서도 그가 무대를 떠나지 못하게 한 것은, 어쩌면 그들이 박수와 웃음으로 전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아니었을런지.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중, 팔 하나를 잃는 것 이상의 아픔을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우리는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핑계로,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변명으로 생채기를 과대포장하고 심장을 굳게 만들어 왔는지도 모른다.

지미 듀랜트처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 아는 배포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불편한 손이지만 다른 사람과 손을 부딪혀 사랑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상처에 절망하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을 찡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나에게 주어진 자그마한 기쁨도 감사히 누릴 줄 아는 사람이 넘쳐나면 정말 좋겠다.

뉴스워치도 국내외 장애인과 소외계층 이웃들, 다문화 사람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경쾌한 박수 소리를 낼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잘 수행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이즈음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도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또는,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한 박수와 격려로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실천을 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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