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강민수 기자] 최근 온라인 성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텀블러’가 온라인 성매매의 최대 온상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텀블러(tumblr)는 데이비드 카프(David Karp)가 창립한 사용자들이 문자, 그림, 영상, 링크, 인용, 소리를 그들의 조그마한 텀블로그에 게재할 수 있게 도와 주는 마이크로블로그 플랫폼이자 웹사이트이다.

사용자들은 다른 사용자를 팔로우(follow)할 수 있고, 또 이들의 텀블로그를 개인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이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터키어, 한국어를 지원한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성매매·음란 정보 유통으로 총 16만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시정요구를 받았다.

연도별로는 2015년 5만 695건에서 지난해 8만 1898건으로 62% 급증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3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성매매·음란 정보라고 시정요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온라인 성매매의 최대 온상지가 텀블러인 것으로 드러났다. 텀블러는 2015년 9477건의 성매매·음란 정보에 대한 시정요구를 받아 전체(5만 695건) 대비 19%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8만 1898건 가운데 58%인 4만 7480건을, 올해에는 3만 200건 중 2만 2468건(74%)을 기록했다.

텀블러는 짧은 글·사진·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야후(YAHOO) 운영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메일 주소와 비밀번호만 설정하면 가입이 가능한 손쉬운 인증 절차와 익명성 덕분에 전파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동안 성매매·음란 콘텐츠로 몸살을 앓았던 트위터는 텀블러의 확장으로 2015년 1만 165건에서 지난해 6853건,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1771건으로 급격하게 줄어 대조를 이뤘다.

민 의원은 “텀블러를 통한 성매매 및 음란 콘텐츠 유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음란콘텐츠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모니터링을 강화함과 동시에 경찰 등 관계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시정요구 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제재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협조 요청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이 방통심의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심의위는 텀블러측에 ‘불법콘텐츠 대응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으나, 텀블러측은 ‘미국회사’라는 이유로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인터넷 음란물이 텀블러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8월 텀블러측에 “최근에 성적으로 노골적인 많은 동영상이 텀블러에 업로드되고 있어 텀블러는 한국에서 새로운 포르노 사이트로 오해받게 됐다”며 “불법 콘텐츠에 대한 대응에 협력을 요청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텀블러측은 “텀블러는 미국 법률에 의해 규제되는 미국 회사”라며 “텀블러는 대한민국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으며 관할권이나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요청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방통심의위가 몇몇 음란 콘텐츠의 인터넷주소(URL)를 적시해 한국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불법정보라며 한국에서 제거되거나 블록조치하도록 요청한 것에 대해서도 텀블러측은 “신고 된 콘텐츠를 검토했지만 우리 정책을 위반하지 않으므로 현재로서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회신했다.

방통심의위는 2012년부터 네이버, 카카오, SK커뮤니케이션스 등 포털사업자를 비롯한 국내 인터넷사업자들과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자율심의협력시스템은 도박, 불법 마약, 아동포르노, 성매매·음란, 장기매매, 자살 등 명백한 불법정보에 대해 방통심의위가 심의에 앞서 사업자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직접 정보를 삭제하거나 사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불법정보 유통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2015년에 이 시스템 참여 사업자는 국내의 경우 웹하드, 커뮤니티사이트 등으로 확대됐고, 특히 해외사업자인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까지 참여했다.

트위터의 경우 2015년부터 전년도에 비해 시정요구 건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는데, 이 시스템에 참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9월 기준으로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하는 인터넷사업자는 모두 39곳이다. 해외사업자 중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일본의 동영상 사이트 ‘FC2’도 추가로 참여했다.

텀블러의 경우 데이비드 카프가 2007년 창업한 뒤 2013년에 야후에 인수됐다. 따라서 야후가 운영중인데, 야후의 경우 2013년 야후코리아가 사이트를 폐쇄한 이후 2014년에는 아예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방통심의위는 텀블러 본사측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자율심의협력시스템’ 참여를 요청하려 시도했으나 거절당한 것이다.

최 의원은 “한국에서 불법 성매매·음란 정보의 온상으로 떠오른 텀블러가 방통심의위의 자율심의 협력 요청을 거절한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텀블러는 한국에 지사는 없지만 2013년부터 한글 서비스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법과 실정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가지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방통심의위 역시 메일을 보내는 수준의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교부나 방통위 등의 협조를 얻거나 미국에 직접 찾아가는 등 텀블러가 자율심의협력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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