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이 치사율은 높지만 전염력은 낮다고 발표했지만,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현재 확진환자는 12명이며, 모두 ‘슈퍼전파자’인 첫 환자와 접촉한 2차 감염자들이다. 환자 2명은 보조 호흡장치를 달아야 할 정도로 생명이 위중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뒤늦게 질병관리본부가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인 의심환자가 지난 26일 홍콩을 경유해 중국본토로 입국했다”고 발표해 국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이 40대 의심환자는 지난 16일 첫 번째 확진 환자와 병실을 함께 쓰는 아버지를 찾아 4시간 동안 머물렀으며, 그 사흘 뒤에 체온이 38.6℃까지 올라 2차례 응급실까지 갔다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 의료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은 중국 출장을 강행했으며, 보건 당국은 이 남성이 출국한 다음날에야 이 사실을 확인하는 등 늑장으로 초기 대응을 놓쳐버렸다. 중국 광둥성 후이저우시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던 이 의심환자는 중국 보건당국 검사결과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중국과 홍콩의 보건당국에도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건당국이 “이번 의심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아도 그와 접촉한 사람 즉, 출국당시 이용한 항공기의 승객 및 승무원 166명, 직장 동료 180명과 중국인이 3차 감염자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지만, 우리나라의 허술한 전염병 관리체계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자칫 중국이나 홍콩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판이다.

보건당국은 전염병 관리체계를 서둘러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의사가 전염병으로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한 후에는 즉각 보건당국에 신고하고, 이 의심환자를 격리조치하는 것은 전염병관리체계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허술한 초기 대응으로 한 명의 감염자를 놓치는 바람에 그의 직장 동료 180명, 같은 비행기와 버스에 탔거나 그와 중국에서 접촉한 수백 명이 잠재적 감염 위험군(群)이 돼버린 사실은 관리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염병은 환자 한 명이 열 명에게 전파하고 그 열 명이 다시 열 명씩 전파시키면 순식간에 100명의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그러려면 방역 당국은 이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일시에 가용 인력, 장비, 시스템을 총동원해 대처해야 하고, 그걸 위해 평소 다양한 가상훈련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한편, 메르스의 3차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은 고열이나 기침,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임산부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당뇨, 고혈압, 심장병 질환이 있는 사람은 감염되기 쉽기 때문에 가급적 해외여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해외여행객, 특히 전염병 위험지역 여행자들은 몸에 이상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메르스를 치료하는 특효약이나 예방백신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위생수칙을 준수해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건복지부장관은 이제 와서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늦어버렸지만 그 말이라도 제대로 이행해 더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병관리본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의 불신과 지탄을 받게되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메르스 감염국이라는 오명과 더불어 국제적인 조롱과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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