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어기선 기자] 삼성전자가 27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24일 삼성전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실행이 쉽지 않다며 사실상 보류를 시사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구조 검토는 주주와 회사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써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주회사 전환이 쉽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결국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전반적으로는 사업경쟁력 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경영 역량의 분산 등 사업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의 사업구조는 스마트폰, TV 등 세트 사업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가 하락해도 실적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었으며 기술과 설비에 대한 과감한 선제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또 고수익 사업에서 창출되는 수익을 미래 신성장 동력 발굴에 활용하는 등 선순환적 사업 구조가 지속 성장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는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가지지 못한 삼성전자의 강력한 장점이다.

그런데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이런 강점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경영 역량의 분산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더욱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수반되는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 등이 필요한데 계열회사의 보유 지분 정리는 각 회사의 이사회와 주주들의 동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아울러 금산법과 보험업법이 규정한 바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경우 현재 금융 계열회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 일부 또는 전량 매각이 필요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주가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지주회사 전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건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다른 그룹사들이 지주회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지주회산 전환을 포기함으로써 논란이 상당히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차기 대권 주자들이 경제민주화 공약을 꺼내들면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포기가 과연 앞으로 차기 정부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지주회사 전환 포기 소식이 들리면서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하고 있다. 27일 오전 9시 6분 현재 삼성물산은 전날보다 4.18% 내린 1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도 5% 이상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4만원(1.87%) 떨어진 21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가 2회차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이번 2회차 자사주 매입은 28일부터 시작해 3개월 내 완료될 예정이며, 보통주 90만주, 우선주 22만 5천주를 매입해 소각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총 9.3조원 규모의 2017년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으며, 지난 12일에 1회차로 총 2.45조원 규모의 보통주 102만주, 우선주 25만 5천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주당 7천원의 1분기 배당을 결의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분기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연내 균등한 수준의 배당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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