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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온 편지(1) 머나먼 차웅타 해변티처 정 / 미얀마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
▲ 미안마의 가난한 중고등학생을 위한 무료 한국어 수업

여긴 미얀마 양곤(Yangon)입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낮엔 40도까지 올라가 아주 무덥습니다. 양곤국제공항에서 버스로 40분쯤 걸리는 외곽지대에 젬(Gem)이라는 작은 공동체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 고아들 31명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함께 먹고자고 학교도 다닙니다.

미얀마는 불교나라라 국민의 89%가 불교신자라고 합니다. 그래서 온천지가 사원이고 불교성지입니다. 5%도 안되는 기독교인들은 주로 북부 오지에 사는 부족들인데 옛 군부시절 박해를 받고 가난에 지쳐 마침내 조국을 탈출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난민들은 태국 국경을 넘어 잘 사는 나라 말레이지아 정글 속에서 숨어 지냈습니다. 그후 유엔난민으로 인정되어 난민카드가 나왔지만 지금도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약 30만명의 난민들이 쿠알라룸푸르에 살며 난민교회와 난민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탈출러시가 약 10년간 이어졌고 이들을 돌보는 일을 유엔과 한국 기독NGO들이 하고 있지요.

그 길고긴 10년간의 고통스런 이야기는 나중에 자세히 쓰겠습니다. 지금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인도, 태국, 방글라데시까지 난민들이 흩어져 있어서 제가 취재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나라엔 고아 아닌 고아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상당수가 절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으로 보내집니다. 우리 기독NGO에도 고아공동체에 아이들을 받고 있습니다. 보내지는 곳에 따라 신앙과 인생이 달라집니다. 우리 공동체에 있는 아이들을 보고 남들은 불쌍하다고 하지만 전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믿습니다. 층층이 겹쳐서 자고 운동화가 없어 대개 조리나 맨발로 다니지만 공부도 열심히 하고 밝고, 때로는 눈물로 기도할 때도 있지만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저에게 한국말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곳에 외국인인 저를 포함 6명의 스탭이 있습니다. 파스타 리안 부부, 관리집사 부부, 식사를 전담하는 부인 한 분. 여기선 저를 티처 정(Teacher Jeong)이라고 부릅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부터 대학생까지 한국어를 가르치기 때문이지요.

3월에서 5월까지는 여름입니다. 이때가 여긴 여름방학입니다. 긴 방학이 시작되면서 젬의 스탭과 아이들이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제목이 3가지 있었습니다.

1. 음식이 상하지 않게 냉장고를 갖게 해주세요
2. 금년에 의과대학에 합격한 칭칭이 학비와 기숙사비가 해결되어 대학에 다니게 해주세요
3. 여름방학 기간중 차웅타 해변에서 1박2일 수련회를 갖게 해주세요

이 제목을 보고 한국에서 온 제 후배들은 '참 이상한 기도제목'이라고 웃습니다. 학교가는 거는 이해가 되는데 냉장고와 해변 하루가는 거는 좀 이상하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7년간 냉장고 없이 어떻게 이 많은 식구들이 살았느냐는 겁니다. 차웅타 해변은 양곤서 서너시간 걸리는 가까운 바다라던데ᆢ 냉장고는 사실 일년내내 기도한 제목이랍니다. 더운 나라라 그날의 음식은 그날로 해결하며 지냈는데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냉장고 없이는 식사를 미리 준비하고 보관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칭칭이 밤새워 공부하는 사이에 스탭들은 한편으론 걱정이 많았습니다. 의대 합격해도 학비와 기숙사비 합쳐 매월 15만짯(한국돈 15만원과 거의 같음) 정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이곳에선 노동자 월급이 10만원 정도니까요.

차웅타 해변은 양곤에서 고속버스로 네 시간 걸리는 가까운 곳이긴 합니다. 제가 한번은 아이들과 스탭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있나요? 거의 모두가 바다, 차웅타라고 썼습니다. 깜짝 놀랐죠. 그래서 물어봤더니 아무도 바다에 가지 못했다고 해요. 미얀마는 긴 해안을 가진 나라인데도. 그렇습니다. 거기 가려면 고속버스비 일만오천짯, 숙박비, 식비 등 적지않은 비용이 듭니다. 게다가 37명이 이동하려면 총경비가 무려 120만짯이 드니 엄두도 못낼 일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냉장고와 칭칭의 대학 문제를 해결해주셨습니다. 7년만에 대형 냉장고가 들어오는 날 아이들이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냉장고문을 몇 번이고 열어보았고 여대생 꿈을 이루게 된 칭칭은 기쁨의 눈물을 훔쳤습니다. 예쁘게 생긴 칭칭은 울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밤새운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을 겁니다. 두가지 제목은 한국에 있는 전혀 낯선 분들로부터 기이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5월의 여름이 끝나가지만 마지막 제목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차웅타로 가는 길은 멀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더 좋은 때를 잡아주실 거라고 우리는 믿습니다.

저는 지금 첫 편지를 씁니다. 앞으로 흩어진 난민들과 고아들과 미얀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자잘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낯선 이국의 아주 작디작은 이야기들 속에서 삶의 기쁨과 감동을 함께 느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도 알고보면 처음에는 모두 버려진 고아들이었지만 주님께서 우리 마음 속에 오시고, 사랑으로 묶으셔서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 오리라"(요한복음 14장18절)
 

----티처 정 프로필-----

강원도 삼척시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일요신문 사회부장
경향신문 기획팀장
MBN 투자회사 엔터비즈 대표이사
현 희망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고문
현 미얀마 고아와 난민을 위한 기독교엔지오 Mecc 고문으로 양곤에서 근무
e-mail: mpr8882@hanmail.net

뉴스워치  webmaster@newswat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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