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롯데그룹

[뉴스워치=어기선 기자]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가 지난 3일 개장했다. 하지만 이 롯데월드타워가 과연 ‘마천루의 저주’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관광으로 나라를 보호하고 지킨다’라는 관광보국 정신을 내세워 꿈꿨던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50년 전인 1967년 4월 3일 롯데제과를 창립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현재 자산규모 103조원의 재계 순위 5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런 롯데그룹을 상징하는 건물이 바로 롯데월드타워가 된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30년전 건립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룹 내부에서의 반대도 심했다. 당시 잠실 일대는 주거시설이나 상권이 전무한 사업적 황무지였다. 하지만 롯데백화점 등을 잠실 일대에 출점시키면서 롯데호텔, 롯데월드 어드밴처 등과 함께 핵심 상권과 인프라를 구축하게 됐다. 그리고 세계에서 6번째 높은 롯데월드 타워가 개장된 것이다.

사진출처= 롯데그룹

롯데월드타워는 높이 555m, 123층의 초고층 빌딩이다. 연면적은 80만5872㎡다.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층까지는 ‘포디움’으로 금융센터, 메디컬센터, 피트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되고, 14층부터 38층까지는 오피스 공간이다.

42층부터 71층은 주거공간인 ‘시그니엘 레지던스’, 76층부터 101층까지는 국내 최고 높이의 최고급 호텔인 ‘시그니엘서울’이 들어선다. 108층부터 114층까진 1개층을 모두 사용하는 프라이빗 오피스 시설 ‘프리미어 7’이 입주한다.

최상부인 117층부터 123층까지는 전망대인 ‘서울스카이’가 들어선다. 전망시설과 롯데월드 및 수족관 등 다양한 체험거리, 호텔은 물론 롯데월드타워에 들어선 롯데월드몰과 롯데면세점까지 합치면 롯데월드타워는 하루 관광코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롯데는 월드타워가 서울 관광에 나선 외국인이 반드시 거쳐야할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출처= 롯데그룹

하지만 롯데월드타워가 건립될 때까지 수많은 시련을 거쳐야 했다.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안전성’이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엘리테이터 고장이 잦았다. 지난달 19일 서울스카이로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인 ‘스카이셔틀’이 이날 오후 5시 15분부터 30분간 지하에서 멈춰섰다. 이날은 롯데월드가 전망대 정식 개장을 앞두고 롯데 임직원과 가족 초청행사를 한 날이다.

전망대 시설 관리 직원이 수동으로 문을 열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하지만 39명의 승객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처럼 공사 시작 전부터 개장 때까지 계속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롯데월드타워는 당초 성남 서울공항 이착륙 문제 때문에 허가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 이명박정부에서 국방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물 건축 허가를 내줬다.

그 이후에도 비행기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군과 롯데는 협의를 통해 롯데가 비용을 대고 서울공항 보조활주로를 3도가량 틀어 안정성을 보다 강화했다. 공군은 서울공항 활주로를 3도 변경해 제2롯데월드타워가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위치하기 때문에 항공기 운행에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롯데그룹

하지만 여전히 비행기 충돌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행장 바로 옆에 초고층건물이 존재하다보니 아무래도 조종사의 심리적 안정을 해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롯데월드타워는 국내외 전문기관 검토 결과 비행안전성에 대한 9개 항목에 문제가 없으며 공군과 협의해 정밀 감시장비, 항공기 정밀 접근레이더, 지형인식 경보체계도 설치했다.

또한 롯데월드타워를 공사하는 도중 상당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메가 기둥의 피복 균열 논란이 일어났으며 석촌호수의 수위 변화, 2014년 석촌지하차도 싱크홀 논란이 일어났다. 그때마다 롯데그룹 측은 계속해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을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공사 도중 사상자도 발생했다. 2013년 거푸집 낙하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5명이 다쳤다. 2014년에도 공사장 인부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해 10월 롯데월드몰의 경우 영화관 진동, 수족관 누수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해 5개월 동안 영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롯데월드타워에서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진출처= 롯데그룹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최종 사용 승인을 했고, 신동빈 회장은 그해 12월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된 이후 서울시에서 실시한 소방 재난훈련에 직접 참여하는 등 안전사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만 개장 이후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면 ‘사고타워’라는 오명을 당분간 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것인지 신동빈 회장은 3일 개장날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월드타워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빌딩”이라며 “진도 9의 강진도 견딜 수 있다”고 안전성을 강조했다.

어쨌든 롯데월드타워가 이날 개장을 하면서 롯데그룹 자체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며 ‘신동빈 체제’를 공식화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롯데호텔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그룹의 새 비전을 발표하는 ‘비전 설명회’를 진행했다. 오후에는 신동빈 회장 주재로 ‘50주년 창립기념 행사’와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 기념식’도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 롯데는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New Vision은, 롯데의 브랜드를 통해 고객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질적 성장을 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비전 실현을 위한 네 가지 경영방침 ‘투명경영’, ‘핵심역량 강화’, ‘가치경영’, ‘현장경영’을 선정했다.

사진출처= 롯데그룹

이처럼 롯데월드타워 개장과 더불어 새로운 롯데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다졌지만 과연 롯데가 ‘마천루의 저주’에서 벗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천루의 저주’(skycraper curse)란 초고층 건물을 짓는 국가는 최악의 경기 불황을 맞게 된다는 내용의 가설이다.

이 가설은 1999년 도이체방크의 분석가 앤드루 로런스라는 인물이 100년간의 사례를 분석해 만들어 낸 가설이다.

초고층 빌딩 건설 당시 돈줄이 풀렸으나 완공 시점에는 버블이 꺼지면서 경제 불황을 맞는다는 것이 마천루의 저주 핵심이다.

실제로 버즈 두바이(828m),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 세계무역센터(415m, 416m), 시어스타워(442m), 타이베이금융센터(508m), 페트로나스타워(452m)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롯데그룹이 마천루의 저주에서 벗어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왜냐하면 롯데그룹 안팎으로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 골프장 배치로 인해 중국이 경제보복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롯데마트의 중국 영업이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중국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문을 닫은 곳은 강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75개점, 시위 등의 영향으로 자체 휴업을 선택한 12개점 등 모두 87개에 이른다. 중국 롯데마트 점포가 총 99개에 달하는 것을 살펴보면 88%가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두 달 간 문을 닫을 경우 전체 매출 손실은 최소 2천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 내 롯데 상품 불매운동 등으로 인해 롯데가 겪어야 하는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 신동빈 회장은 중국에서 롯데가 영업을 했으면 하는 발언을 쏟아냈지만 중국의 입장은 확고하다. 중국내 반롯데 정서가 가라앉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4일 CNN머니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롯데)의 입장에 대해 오해가 있으며, 사드 배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롯데의 성주골프장 사드 부지 제공에 대해 “정부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햇다.

그러면서 2~3개월 이내에 문제가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2~3개월 정도 지나면 중국의 경제보복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어가는 것을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밝혔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와 관련해서 신동빈 회장이 곧 검찰 소환조사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SK와 롯데 등의 뇌물 혐의 수사를 곧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에 신동빈 회장을 불러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 당시 오간 대화 내용과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동빈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하면서 ‘5대 거점 체육인재육성사업’ 지원 명목으로 롯데 측에 75억원을 부담해달라고 직접 요청한 정황을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등을 통해 파악했다.

검찰은 2015년 11월 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한 롯데가 출연금 등을 낸 후 정부의 신규사업자 공고를 통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롯데가 낸 출연금과 관련해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만 적용했다. 즉, 롯데가 피해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가성 정황이 드러나게 된다면 롯데 역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뇌물죄 혐의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신동빈 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롯데월드타워가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지만 롯데그룹의 상황은 안팎으로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검찰로부터 소환 일정을 통보받은 일은 없다”면서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욱이 롯데그룹 형제의 난은 아직 정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신동빈 회장이 구속수사를 받게 된다면 형제의 난은 또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롯데그룹이 초고층 빌딩을 세웠지만 그것이 바벨탑의 저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가 최근 들어 가장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그것을 어떤 식으로 돌파하느냐의 숙제가 롯데에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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